1일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가 임직원 400여명과 함께 기념식을 열었다. 삼성전자가 국내에서만 10만5000여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기업임을 감안하면 조촐한 규모다. 이번 행사에는 10년 전 이건희 회장이 발표했던 ‘비전 2020’과 같은 미래 사업 전략 발표는 없었다. 반 백년 동안의 성과를 과시하는 대신, 엄중한 현실 인식을 통한 내실 다지기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경기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 김현석·고동진 대표이사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5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은 사업 일정과 럭비월드컵 폐막식 참석 등을 이유로 일본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며 불참했다. 앞서 창립 40주년 당시 총수였던 이건희 회장이 행사에 참석해 오는 2020년까지 매출 4000억달러 달성과 글로벌 10대 기업 도약을 선언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회사 상황과 맞물려 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업황이 지난 2년간 초호황을 보이다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올 상반기부터 실적 부진을 겪었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인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하반기 들어 스마트폰·디스플레이에 이어 반도체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이 부회장의 재판이 계속 진행되면서 경영에 대한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대법원이 국정농단 재판 상고심에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면서 다시 재판대에 올랐다. 지난 25일 시작된 파기환송심 재판 결과는 올해 안에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사내이사 자리도 내려놨다.
이 부회장은 화면을 통해 기념식에 등장했다. 그는 영상에서 임직원을 격려하고,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이 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 50년은 여러분 모두의 헌신과 노력으로 가능했다”며 “앞으로 50년, 마음껏 꿈꾸고 상상하자. 우리의 기술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자”고 밝혔다.
삼성전자 경영진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오는 16일까지 약 한 달간 창립 50주년 기념 봉사활동을 갖는다. 이 부회장이 강조한 ‘상생 경영’의 일환으로, 전국 사업장에서 청소년 교육 관련 봉사활동과 헌혈 및 기부금 모금 캠페인 등을 실시하는 한편, 지역 사회에 나눔의 손길이 필요한 곳도 직접 찾는다.
삼성전자는 1969년 1월 13일 ‘삼성전자공업㈜’로 태동했다. 하지만 삼성반도체통신 합병일인 1988년 11월 1일을 창립 기념일로 삼는다. 반도체가 삼성에 갖는 의미를 드러낸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