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in 할리우드… 봉준호 “실감 안 나, 다 배우들 덕”

입력 2019-11-01 12:35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왼쪽에서 두 번째) 감독이 3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이집션 시어터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내에서 뜨거운 찬사를 받고 있는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현지 관객들을 직접 만났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중심가에 위치한 이집션 시어터(Egyptian Theatre)에서 ‘기생충’ 시사회가 열렸다. 현지 미디어와 비평가, 할리우드 영화인 등 수백 명이 자리한 시사회장에서는 종영 후 갈채가 쏟아졌다.

봉준호 감독과 기정 역의 배우 박소담이 시사회 직후 질의응답에 나서 작품에 관한 이모저모를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는 1초도 바뀐 게 없는데, 칸에서부터 여기 미국 개봉까지 여러 가지 벌어진 일들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며 “오늘 이렇게 2층까지 꽉 채워주신 걸 보니 잘 될 것 같은 느낌도 든다”며 미소를 지었다.

극 중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가정에 대해서는 “비슷한 듯 다르다. 가난한 집에선 여자들이 정신 육체적으로 강하고 부잣집은 표면상 모던하고 세련된 것 같지만 실은 매우 가부장적이다. 남편은 부인을 부하직원 다루듯이 한다. 아내는 남편을 상사처럼 두려워한다. 철저히 수직적 관계”라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영화의 성취를 온전히 배우들의 공으로 돌렸다. 그는 “영화가 기계적이지 않고 생생하게 느껴지는 건 순전히 우리 생생한 배우들의 몫이다. 다소 무례한 비유이긴 하지만, 아무리 꽉 짜여진 스토리보드와 정교한 플랜이 있어도 엄청난 에너지의 물고기들은 펄떡거린다. 우리 배우들이 그런 에너지를 뿜어낸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특히 기택 역의 송강호에 대해 찬사를 쏟아냈다. 봉 감독은 “한국 관객 입장에서 옆집 형님, 아저씨, 또는 길에서 마주칠 수 있는 남자, 영어로는 ‘에브리 맨’의 느낌이다. 하지만 송강호의 작업 중엔 뭔가 새로운 챌린지가 있다. 후반에 나오는 ‘플랜’에 관한 대사 같은 부분이 그렇다. 어두운 덩어리를 끄집어내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클라이맥스 폭발 부분은 솔직히 저 자신도 상당히 의심했는데 송강호라는 배우를 통해 재연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아마도 다른 배우였다면 시나리오를 쓸 때 한발 물러났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박소담은 “연기를 시작하고 슬럼프가 와서 쉬고 있는 중에 (캐스팅) 연락을 받았다. 믿을 수 없었다. 그 때의 떨리던 느낌이 생생하다. 봉준호 감독님과 아버지 역 송강호 선배님 말만 듣고도 너무 욕심이 났다. 시나리오를 딱 보는데 기정의 대사를 굳이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말투 하나 하나 바로 나였다”고 벅차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