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단거리 4종 세트’ 개발을 완성 단계로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태평양 역내 위협이 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일 “국방과학원은 10월 31일 오후 또 한 차례의 초대형방사포 시험사격을 성과적으로 진행했다”며 “연속사격 체계의 안전성 검열을 통해 유일무이한 우리식 초대형방사포 무기체계의 전투적 성능과 실전 능력 완벽성이 확증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구경이 600㎜로 추정되는 이번 초대형방사포의 위력과 관련해 “기습적 타격으로 적의 집단목표나 지정된 목표구역을 초강력으로 초토화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31일 발사된 초대형방사포의 사거리는 370여㎞로 나타났는데, 군사분계선에서 부산까지의 직선거리가 390㎞ 안팎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국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 셈이다. 또 지난 8월과 9월에는 각각 17분과 19분이었던 발사 간격도 이번 실험에서는 3분으로 단축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초대형방사포는 최근 새로 개발된 전술유도무기들과 함께 적의 위협적인 모든 움직임을 제거하기 위한 조선인민군의 핵심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강조한 ‘새로 개발된 전술유도무기들’은 북한이 지난 5월부터 집중 발사실험에 나선 ‘신형 단거리 4종 세트’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 5월 4일 처음 발사한 ‘전술유도무기’는 비행거리가 최대 500㎞에 이르며 복잡한 비행 궤적을 보여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린다. 또 5월과 8월 잇따라 발사한 ‘대구경 조종방사포’는 구경이 400㎜ 이상으로 추정되며, 정점고도에서 하강하면서 일부 변칙기동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지난 8월 10일과 16일 두 차례 발사한 ‘신형 전술지대지 미사일’은 목표물 상공에서 자탄이 분산되는 형태로 보여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미국산 전술지대지미사일)’로 알려져 있다. 이 역시 최대 사거리가 500㎞ 안팎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이날 초대형방사포의 실전 능력을 확인했다고 밝힘에 따라 이들 무기의 실전 배치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미국은 북한의 초대형방사포 발사실험에 즉각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클라크 쿠퍼 미국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는 지난 31일(현지시간) “북한의 행위는 매우 부적절하며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한다”면서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나머지 태평양 역내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그는 “대화의 공간은 분명히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그동안 북한과의 대화에 대단히 수용적이었지만, 이는 양측이 정상국가 양식에 따라 참여하는 것에 합의할 때 이뤄질 수 있다”며 “미사일 도발과 같은 행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언급한 ‘새로운 길’에 대해서는 “그런 표현은 단순히 미국의 반응을 떠보려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북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대형방사포 발사시험 참관 여부를 밝히지 않는 방식으로 대미 메시지의 수위를 조절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성공적인 시험사격 결과는 현지에서 당중앙위원회에 직접 보고됐으며, 김 위원장은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시면서 나라의 자위적 군사력 발전과 우리 무력의 강화를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해가고 있는 국방과학자들에게 축하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실제로 발사실험 현장을 찾지 않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