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배추·관리비도 올랐다, 물가는 3개월째 0%

입력 2019-11-01 10:59 수정 2019-11-01 11:04
전·월세 하락과 외식·여행 감소가 주원인
‘밥상머리 물가’는 폭증


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0% 이하로 떨어졌지만 ‘밥상머리 물가’ 등 소비자 체감 물가는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나 열무, 오이 등 채소 가격이 급등했다. 교통비 부담도 늘었다. 택시요금과 시내버스요금이 상승세다. 여기에 도시가스나 난방비까지 늘어 부담을 더한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전·월세 가격 등이 하락하면서 평균 소비자 물가가 하락하는 ‘착시현상’이 체감물가와의 괴리를 양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지수 증감률은 전년 동월 대비 0.0%를 기록했다. 소비자 물가 지수는 지난 8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0.0%를 기록했었다. 소수점 세자리까지 내려가면 -0.038%로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9월에는 -0.4%를 기록하며 낙폭이 더 커졌다. 지난달 들어 회복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3개월 연속 0%대 저물가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세부 품목을 들여다보면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여전히 오름세다. 대표적인 게 배추와 열무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 각각 66.0%, 88.6%나 올랐다. 배추의 경우 지난 9월 세 차례 태풍과 잦은 비 소식에 각종 질병이 발생하며 생산량이 줄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김장 비용은 지난해보다 10% 정도 오를 전망이다.

교통비도 만만찮게 올랐다. 일단 지난달 택시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15.6%나 상승했다. 시내버스 요금도 4.4% 올랐다. 그나마 국제유가 하락에 휘발유와 경유, 자동차용 LPG 가격이 내려간 게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을 일부 덜어냈다.

주요 품목 물가 지수의 등락 추이. 제공=통계청

주택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도 오름세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비는 전년 동월보다 4.9% 상승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도시가스와 지역난방비도 각각 3.6%, 3.3%가 올랐다. 의료비 부담도 소폭 상승했다. 지난달 외래 진료비는 전년 동월보다 2.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한방약은 10.0%로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체감 물가가 상승세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품목별 물가가 상승했는데도 평균 물가 상승률이 0.0%를 기록한 데는 전·월세 하락과 외식 감소, 국내외 여행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은 개별 품목마다 ‘가중치’를 매겨 물가 상승률을 계산하는데, 해당 항목들의 가중치는 농·축·수산물에 비해 높다. 밥상머리 물가가 큰 폭으로 올라도 집값이 소폭 떨어지면 물가가 하락하는 식이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