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진 육사·공사, 채점오류 알고도 1년간 방치

입력 2019-11-01 10:29 수정 2019-11-01 16:06
지난해 2월 공군사관학교 성무연병장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생도들이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지난해 7월 실시된 2019학년도 사관학교 입학생 선발 1차 필기시험에서 심각한 채점오류가 발생해 43명의 수험생이 ‘불합격의 고통’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육군·공군 사관학교는 이같은 사실을 지난해 알고도 1년 넘도록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국방부는 1일 지난해 육군·해군·공군사관학교 및 국군간호사관학교 사관생도 필기시험 채점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로 인해 탈락한 43명의 권익을 구제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오류 정정시 최종합격 대상이 되는 1명(공군사관학교)은 최종합격 조치 되고, 나머지 42명은 다음달 별도로 2차 시험을 치르게 될 예정이다.

채점오류는 지난해 4개 사관학교가 공동 출제한 1차 필기시험 중 국어 과목의 2개 문항에서 발생했다. 시험지에 각각 2점과 3점으로 표기된 문항이 채점표에는 각각 3점과 2점으로 기재돼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각군 사관학교가 이같은 사실을 지난해 8월 13일쯤 발견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제때 취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방부 조사 결과, 채점 오류는 당시 공군사관학교 선발과장이 발견해 다른 사관학교와 공유했다. 국군간호사관학교는 애초 시험지에 표기된 점수대로 채점을 해 오류가 없었으며, 해군사관학교는 잘못된 채점으로 1차 시험에 불합격 처리된 13명에게 1차시험 추가 합격 사실을 즉시 통보해 2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육군과 공군사관학교는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추가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전형을 마쳤다. 이로 인해 43명의 수험생이 억울하게 탈락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국방부는 이같은 사실을 지난달 국회의원 국정감사 요구자료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인지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진상조사 지시에 따라 지난달 14일 본격적인 감사가 실시됐다.

감사 결과 추가합격 대상자는 육사 19명, 공사 24명 등 총 43명이다. 대상자 중 공군사관학교에 응시한 수험생 1명은 채점 오류에도 1차 시험을 통과했으나 최종합격자 선정 때 잘못된 1차 시험점수 1점으로 인해 탈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방부는 이 수험생은 바로 최종합격 처리하기로 했다.

나머지 42명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중인 2020학년도 사관학교 입시 일정과는 별도로 다음달부터 면접과 체력검정, 신체검사 등 2차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과한 수험생은 2020학년도 입학생과 똑같이 내년 3월 사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이들에 대한 최종합격자 선정 기준도 올해가 아닌 지난해 합격점수에 맞추기로 했다. 다만, 2020학년도 수험생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들은 전원 ‘정원 외 인원’으로 선발할 것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와는 별도로 지난해 8월 채점오류를 발견하고도 육군과 공군사관학교에서 후속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점과 관련 보고를 받은 최고위 관계자가 누구인지, 또 1년 가까이 채점오류 사실이 공개되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해 이달 말까지 감사를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국방부는 “입시관리에서 발생한 오류에 대해 무겁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수험생 및 학부모님께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며 “감사 결과에 따라 필요에 딸 수사를 진행할 것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