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맞은 V리그 남자부

입력 2019-11-01 04:00
공격을 성공시키고 환호하는 정지석. 한국배구연맹 제공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다.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각 팀 사이 물고 물리는 접전 속에 초반 순위표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디펜딩챔피언 현대캐피탈이 한국전력에 발목을 잡히며 최하위로 내려앉은 사이 지난 시즌 5위 OK저축은행과 3위 우리카드가 각각 1라운드 4승을 올리며 1위와 2위로 나섰다. 삼성화재는 토종 선수들의 활약 속에 대한항공을 잡고 4위에 올랐고, 2연승 뒤 2연패 수렁에 빠졌던 대한항공은 1위 우리카드에 완승을 거두며 다시 3위로 반등했다. 누가 누구를 잡아도 이변으로 볼 수 없는 초반 흐름이다.

대한항공은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안드레스 비예나를 앞세워 세트 스코어 3대 0(25-20 25-18 26-24)의 대승을 거뒀다.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에 연달아 패하며 침체에 빠졌던 대한항공은 이날 경기에서 다시금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의 위용을 되찾았다. 비예나가 백어택 4개와 블로킹 3개, 서브에이스 4개를 포함해 24득점을 올리며 개인 2번째 트리플 크라운(한 경기 백어택·블로킹·서브 각 3개 이상)을 달성했다. 레프트 정지석도 18득점(성공률 66.66%)에 백어택 3개와 블로킹과 서브 각 2개씩을 곁들여 트리플 크라운급 활약을 펼쳤다. 모든 선수가 제 몫을 다 하는 토털배구의 면모가 살아난 대한항공은 1위 OK저축은행(승점 11점)과의 승점차를 2점으로 좁힌 3위(승점 9점)에 올라 반격을 예고했다.

비록 이날 경기에선 패했지만 우리카드도 두 번의 교체 끝에 데려온 외국인 선수 펠리페가 득점 2위(6경기 124득점)·서브 4위(세트당 0.417개)로 연착륙한 가운데 나경복과 황경민이 발전된 기량을 선보이며 2위(승점 10점)를 기록하고 있다. 팀 재건에 일가견이 있는 신영철 감독의 지도가 2년차에 접어들며 전력이 더욱 안정됐다. 신 감독이 세웠던 1라운드 목표 승수 4승도 이미 달성(4승 2패)한 상태다.

연이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송명근. 한국배구연맹 제공

OK저축은행은 올 시즌 패배를 잊었다. 개막 후 4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컵대회부터 부활의 기미를 보였던 송명근이 부상을 극복하고 확실히 한 자리를 책임지면서 스쿼드가 탄탄해졌다. 세터 이민규가 중심을 잡는데다 약점으로 지목됐던 센터진에서 박원빈·손주형·전진선이 활약하며 남부럽지 않은 진용을 갖췄다. 30일 KB손해보험전(3대 2 승리)에서도 외국인 선수 레오 안드리치가 1세트 도중 부상으로 이탈했음에도 국내 선수 기량만으로 역전승을 일궈냈다. 주말에도 경기장을 찾아 타 팀 전력을 분석하는 새내기 석진욱 감독의 지도력도 약진의 이유다.

서브를 넣고 있는 박철우. 한국배구연맹 제공

외국인 선수급 활약의 박철우(득점 4위·5경기 120득점)와 레프트 김나운의 호조를 앞세운 4위 삼성화재(승점 8점·3승 2패)는 부상을 입었던 외인 선수 안드레아 산탄젤로까지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선두권을 어지럽힐 수 있는 전력이다. 매 경기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며 어떤 팀을 상대로도 쉽게 지지 않는 KB손해보험(5위)과 외국인선수 가빈 슈미트를 앞세워 현대캐피탈을 잡은 한국전력(6위)도 변방에서 이변을 노린다.

현대캐피탈(7위)은 썩어도 준치다. 문성민과 전광인, 경미한 부상을 입은 신영석이 분전하고 있기에 외인선수 문제가 해결된다면 아직 반등의 기회는 충분하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