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오보’ 쓰면 쫒아낸다는데…경찰은 “출입제한 검토 안 해”

입력 2019-10-31 18:05
법무부가 오보를 쓴 기자의 검찰 출입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의 공보 규정을 내놨지만 경찰은 이와 유사한 방안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청

경찰청 관계자는 31일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해 경찰과 검찰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법령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경찰 입장”이라며 “최근 법무부가 마련해 곧 시행할 예정인 기자 출입 제한 등은 (경찰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무부가 새 공보기준을 마련하면서 약 2주 전 우리한테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 공보기준은 법무부 훈령으로, 법무부 소속 검찰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행정안전부 소속인) 경찰은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법무부에 ‘경찰과 검찰에 동시에 적용될 법령을 제정해야 한다’는 입장만 밝혔다”며 “경찰은 지금까지 유지해온 공보 규칙을 준수하면서 앞으로 법령 제정 과정에서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최근 ‘딸 부정 채용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3일 ‘피의사실 공표에 관한 특례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무부 소속으로 ‘피의사실 공표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검사 또는 경찰의 신청이 있을 경우 공표 여부와 시기 등을 심사·의결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이 법안에 담겨있다.

경찰은 또 울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들이 피의사실 공표로 검찰 수사를 받은 사실도 언급했다. 경찰 관계자는 “울산 경찰들이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한 훈령을 지켰는데도 검찰이 이들을 입건했다”며 “경찰과 검찰에 각각 적용되는 훈령으로는 피의자 인권을 적법하게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지난 30일 제정하고 12월 시행을 예고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훈령에서 ‘오보’를 쓴 기자의 검찰청 출입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부처인 법무부가 ‘오보’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간 정부 관계자들이 특정 기사를 ‘오보’라고 부인했다가 이후 일부 사실로 드러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도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2013년 3월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성접대를 받거나 동영상에 찍힌 바가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