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아파트 경비원을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40대 주민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범행 당시 피고인이 술에 취했다는 사정은 인정됐지만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 주장은 항소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구회근)는 3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모(46)씨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씨는 당시 살인 고의가 없었다고 하지만 당시 영상을 아무리 봐도 행위가 단순 폭행이나 상해 정도가 아닌 것 같다”며 “양형에서도 다소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이긴 하나 법에서 인정하는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최씨는 “먼저 (피해자가) 무차별적으로 폭행해서 맞았다. 영상을 보면 다 나온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최씨는 지난해 10월 29일 오전 1시44분쯤 술에 취한 채 자신이 사는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 A씨(당시 71세)의 얼굴과 머리를 여러 차례 폭행해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A씨는 가까스로 경찰에 신고한 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졌지만 결국 숨졌다. 이에 경찰은 폭행 장면이 담긴 CCTV 분석 등을 통해 최씨에게 살인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 미수로 혐의를 변경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구속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기소 직후인 지난해 11월 A씨가 숨지자 살인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에 최씨는 살인의 고의는 없었고 A씨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은 응급치료 및 병원 후송 구호조치가 늦었던 것 때문이라며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A씨와 최씨의 체격 차이와 여러 범행 정황을 고려할 때 최씨의 행위만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으리라 예견할 수 있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다소 술에 취한 것은 인정되지만 이를 넘어 인사불성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구호조치가 지연된 정황과 관련해서도 “피해자가 피를 흘리고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신고나 구호조치 없이 범행현장을 떠났다”며 피고인의 행위만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에 이르렀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송혜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