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지난 30일 제정하고 12월 시행을 예고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훈령에 담긴 ‘오보 시 기자 출입 제한’ 조항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국가기관이나 공적 인물이 스스로 오보라고 판명했다가 사실로 밝혀진 보도가 많아서다. 오보의 기준과 판단 주체의 자의성에 대한 논란은 한동안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예컨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8월 법무부 인사청문회준비단을 통해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사모펀드 운영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 검찰 수사 결과 조씨는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실질적 대표로 활동해온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코링크PE 관계인들은 “조씨가 실질적인 운영자였다”고 법무부 입장과 배치된 내용을 검찰에 진술했다.
법무부는 그간 언론이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사실관계가 다른 오보로 종종 판명을 해왔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별장 성접대 의혹’이 처음 불거진 2013년 3월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성접대를 받거나 동영상에 찍힌 바가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었다. 현재의 훈령대로라면 오히려 언론이 검찰청사를 출입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게 될 수 있다.
정부와 청와대는 2013년 10월 한 언론의 ‘정윤회 문건’ 보도를 오보로 판단했지만, 이후 국정농단 사태에서 상당부분 사실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해당 보도는 재조명됐다.
공적 인물이 애매한 해명으로 언론의 오보를 주장해온 사례도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2016년 7월 ‘처가 부동산 매매 의혹’과 관련해 사흘 만에 입장을 바꿨다. 우 전 수석은 애초 “처가의 부동산 거래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부동산 계약서 작성 당시에 우 수석도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그는 “계약 현장에 있었지만 관여는 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검찰이 수사를 착수하기 전 언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사건 관계인들이 오보라고 반발해온 사례도 있다. 진경준 전 검사장은 언론이 ‘넥슨 주식 의혹’을 제기한 2016년 3월 “애초 내 돈으로 주식을 샀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가 “처가 돈으로 주식을 샀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넥슨이 “진 전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을 살 대금 4억2500만원을 빌려줬다”고 해명하면서 진 전 검사장의 거짓말이 탄로났었다.
정부 부처인 법무부가 오보를 스스로 판단하겠다는 점도 자의성을 통제할 수 없는 문제가 지적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31일 “‘누가 봐도 명백한 오보에 대해 해당 언론사의 이야길 충분히 들어보고 적용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상위법인 헌법에서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어 위헌소지가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한편 법무부는 기존 행정규칙이었던 ‘인권보호수사준칙’을 법무부령으로 상향해 31일 제정하고, 12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입법예고한 초안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비판을 받은 부분들은 수정됐다. 장시간조사 ‘금지’를 ‘제한’으로, ‘별건수사’는 ‘부당한 수사방식’으로 용어를 달리했다. 또 ‘검사가 사회고위층을 수사할 때 단계마다 관할 고검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은 ‘검찰보고사무규칙’에 따라 사회의 이목을 끌만한 중대한 사건 등에 대해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및 관한 고등검찰청 검사장에게 지체 없이 충실하게 보고해야 한다”고 간단히 적시됐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