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vs 나경원, “밥그릇 본색” 주고받기

입력 2019-10-31 16:37 수정 2019-10-31 16:49
“국회의원 세비, 최저임금 5배로 제한하자” 제안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31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 진 선거제 개편안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밥그릇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공격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최근 심 대표의 ‘국회의원 정수 10% 증원’ 거론을 두고 “밥그릇 본색”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같은 표현으로 받아친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31일 국회 본회의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 대표는 국회 본회의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한국당은 선거제 개혁에 동참하기 바란다”며 이를 언급했다. 그는 “한국당은 말로는 합의 처리를 주장하면서 갖은 방법으로 선거제도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며 “지난해 5당 원내대표 합의를 통해 비례성, 대표성을 강화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해놓고 정반대 청구리법안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이 내놓은 ‘국회의원 정수 270석으로 감축, 비례대표제 폐지’ 방안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심 대표는 “현행 253석인 지역구를 270석으로 17석이나 늘리겠다는 꼼수”라며 “여성과 장애인, 사회적 약자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겠다는 것이고, ‘귀족국회’ ‘특권국회’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당은 대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총출동해 연일 정의당을 공격하고 있다. 참으로 딱하다”며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정의당의 노력을 폄훼하는 것은 오랜 세월 기득권 유지를 위해 개혁을 거부해 온 한국당의 ‘밥그릇 본색’을 드러낸 자기고객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 심상정을 걸고 넘어진다고 한국당의 적반하장 정치에 속을 국민은 없다”며 “한국당은 더 이상 불공정한 선거제도에 기대지 말고 작년 12월 13일 나 원내대표도 합의한 대국민 약속에 따라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혁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심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국회의원 세비를 최저임금의 5배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된 ‘5대 국회개혁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와 연결돼 있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10% 이내 의원 정수 확대를 다시 논의하자고 꺼냈다가 여론이 악화된 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들과 대화하던 중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심 대표의 의원 정수 확대 언급에 대해 “드디어 밥그릇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나 원내대표는 “정치개혁, 선거개혁 전부 핑계였다. 결국 속내는 국회의원 배지 욕심, 정의당 의원 수 늘리기 욕심이었다”고 꼬집었다.

또 심 대표가 ‘지난해 12월 나 원내대표도 합의했다’고 주장하는 것을 놓고 “권력과 의석수에 눈이 멀어 정치 허언증에 이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비열하고 비겁한 정치 공작”이라고 반박했다.

심 대표 연설 직후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 “공수처법 줄테니 선거법 달라는 발악이요, 국회법이 규정한 비교섭단체 연설 시간까지 어긴 막무가내 떼쓰기에 불과했다”고 깎아내렸다.

또 “조국의 불공정에는 그리도 두 눈 감고 강 건너 불구경하던 심 대표가 과연 불평등과 특권을 나무랄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심 대표는 민주당에 ‘밥그릇 떼쓰기’ 이전에 ‘정의’라는 당명에 부합하고 있는지부터 성찰하기 바란다”고 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