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맞은 미국에서는 ‘김정은 목말’을 탄다(사진)

입력 2019-10-31 16:35 수정 2019-10-31 17:09
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 대표적인 축제인 핼러윈을 맞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얼굴과 복장을 흉내 내거나 그대로 프린트한 일명 ‘김정은 굿즈’가 대거 등장했다.

핼러윈은 매월 10월 31일 미국 전역에서 펼쳐지는 축제다. 보통 괴물이나 유령 분장을 하고 이웃집을 돌며 먹을거리를 얻어먹는다. 고대 켈트족이 한 해를 마무리하며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던 풍습에서 유래했다. 이 거대한 분장 쇼는 세계 곳곳으로 뻗어 나가 한국에서도 10월 마지막 주말 핼러윈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상업 축제로 조금씩 변모하며, 그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은 유명인이나 정치인 등을 ‘코스튬’(Costume)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미국 전역에서 적지 않게 코스튬 인물로 선택되는 사람이 바로 김 위원장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김정은’(kim jong un)을 검색하면 관련 상품 수백 개가 뜬다.

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Etsy 홈페이지 캡처

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앞머리는 기르고 옆머리는 짧게 자르는 김 위원장의 ‘투블럭컷’을 흉내 낸 가발부터, 김 위원장 흉상 자체를 본뜬 가면도 있다. 인민복을 거의 그대로 패러디한 의상과 김 위원장의 얼굴이 프린트된 티셔츠 종류도 수십 가지다. 뿐만 아니라 쿠션이나 장식용품 등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제품도 판매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김 위원장 모형을 가랑이 사이에 끼워 넣는 목말 형태의 특수 의상이다. 이 의상은 점프슈트처럼 간단히 착용할 수 있는데, 겉에 인형이 덧붙여져 있다. 입으면 자연스럽게 김 위원장의 목에 올라탄 것처럼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스크를 쓴 뒤 이 복장을 착용하는 식의 이중 코스튬도 가능하다.

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Etsy 홈페이지 캡처

북한의 핵미사일을 포함한 아이템도 많다. 미사일 모형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가리켜 썼던 ‘로켓맨’(Rocket man)이라는 단어가 크게 쓰인 상품도 있다. 일부 스웨터와 머그잔에는 로켓을 타고 있는 김 위원장과 함께 ‘렛 잇 블로우’(Let it blow)라는 문구가 인쇄돼 있다. 이는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길 바란다는 뜻의 ‘렛 잇 스노우’(Let it snow)를 비튼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해부터 열린 북미 정상회담으로 김 위원장의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좀 더 친근해졌다”며 “그의 모습을 희화화한 다양한 상품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 위원장을 캐릭터화한 소품이 인기리에 팔리면서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핵 위협과 인권탄압을 일삼는 북한 지도자가 자칫 푸근하고 재밌는 인물로 인식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렉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RFA에 “김 위원장으로 분장하는 것은 일반 대중들이 북한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며 “일반 미국인들은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 유린과 비인간적 반인륜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