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자조금 “돼지고기 겁먹지 말고 먹자”…‘ASF 떨치기’ 나선 돼지농가

입력 2019-10-31 16:15
하태식 한돈협회장 겸 한돈자조금관리위원장이 31일 서울 중구 하남돼지 매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대응 방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20일 넘게 잠잠해지면서 돼지 농가와 관련 기관이 돼지고기 소비심리를 회복시키러 나섰다. 정부에 돼지 농가 이동제한 해제를 건의하기로 하는가 하면 각종 판매촉진행사도 시작했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31일 서울 중구의 한돈 취급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SF에 따른 농가 상황과 향후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한돈자조금은 이날 일민미술관 앞에서 한돈직거래장터를 운영하고 홈플러스·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할인행사를 여는가 하면 대한영양사협회 단체급식소 한돈 한 끼 더 먹기 행사 등을 벌이기로 했다.

한돈자조금이 본격적으로 판매촉진에 나선 것은 ASF 위협이 한풀 꺾였다는 판단 때문이다. ASF는 지난 9일 경기도 연천에서 보고된 후 추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돈자조금은 정부에 권역별 돼지 이동제한 해제도 건의하기로 했다. 또 정부가 ASF 주매개체인 멧돼지 사체 제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소비심리는 여전히 악화한 상태다. 하태식 한돈협회장 겸 한돈자조금 위원장은 “ASF가 발생한 지 45일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며 “그러나 돼지고기 가격은 엄청나게 폭락해 농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돼지고기 도매가는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ASF 발병 직후 돼지고기 도매가는 6000원까지 급등했다가 이달 들어 ㎏당 2000원 선으로 곤두박질쳤다. ASF가 전국에서 발생할 것을 우려한 도매업자들이 띄워놓은 도매가가 ASF가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내림세에 접어든 것이다. 돼지고기 원가가 ㎏당 4200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돼지 농가가 1마리를 판매했을 때 오히려 15만원을 손해를 보는 구조다.

심리 위축과는 반대로 돼지고기 물량이 늘어난 것도 문제다. 도매 시장에는 일반적으로 돼지고기가 하루 2600~3000마리씩 거래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4000마리 이상씩 유입되고 있다. 이동제한 탓에 유통거래선이 없어진 농가들이 도매시장으로 쏟아졌다.

소비 심리를 북돋울 섬세한 해법도 주문된다. 정상은 한돈자조금 사무국장은 “ASF 용어를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고 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라며 “아프리칸 스웨인 피버(African Swine Fever)라고 부르는 것이 낫겠다”고 말했다. 과거 조류 인플루엔자가 독감이라는 단어 탓에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는 공포를 부추겼듯이 돼지열병이라는 단어도 같은 공포감을 주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