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구조학생 대신 해경청장 헬기 태워… 배로 이송 중 사망”

입력 2019-10-31 16:13 수정 2019-10-31 16:19
이하 연합

4·16 세월호 참사 당일 해경이 맥박이 뛰는 학생을 발견했으나 헬기가 아닌 배에 태웠고 이송 중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준비된 헬기는 서해청장과 해경청장이 타고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해역에서 침몰한 세월호 3번째 희생자 구조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31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를 하면서 “세월호 참사 당일 희생자 구조를 위해 현장에 투입된 헬기를 해경 등 현장 지휘관들이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세월호 희생자인 A학생은 참사 당일 오후 5시24분 발견됐다. 오후 5시30분쯤 해경 3009함으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다. 당시 영상에 따르면 오후 5시59분쯤 원격의료시스템을 통해 병원에 전달된 A학생의 산소포화도 수치는 69%였다. 박병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장은 “산소포화도가 69%라는 것은 긴급한 치료가 필요하며 100% 사망이라고 판정할 수 없는 상태”라며 “헬기로 즉시 병원에 이송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학생은 끝내 헬기를 타지 못했다.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던 그가 옮겨진 곳은 배였다. 무려 3번이나 갈아타며 장장 4시간41분 뒤에야 병원에 도착했다. 그 사이 숨이 멎었다. 헬기를 탔다면 20여 분만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배로 후송한 것 치고도 4시간은 길었다. 박 국장은 “(배를 타고 육지까지)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인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학생을 태운 배는 주변을 배회하고 7시30분에야 마지막으로 갈아탄 배가 항구로 출발했다”고 주장했다.

특조위는 발견 직후 A학생이 헬기로 즉시 이송됐더라면 생명을 잃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봤다. 그 근거로 항박일지를 제시하면서 ‘구조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라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여기에는 ‘오후 5시35분 원격 의료시스템을 가동, 병원 응급의료진 진단 결과 병원으로 이송조치 지시받음’이라고 적혀있다. 당시 영상에도 해경 응급구조사가 A학생을 ‘환자’라고 불렀다. 당시 현장 의료진은 “생존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사망으로 단정할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특조위에 따르면 심폐소생술이 중단된 건 네번째 배애 올랐던 오후 7시15분이었다. 구조 후 계속 숨을 쉬고 있었다는 의미다. 공식 사망시간은 오후 10시10분이다.

A학생이 헬기를 탈 기회는 3번이나 있었다. 그가 3009함에 구조돼 올라와 있던 오후 5시40분쯤 해경의 B515헬기가 이 배에 내렸다. 헬기는 오후 5시44분쯤 A학생이 아닌 김수현 당시 서해청장을 태우고 돌아갔다.


오후 6시35분에도 B517헬기가 착함했지만 A학생은 타지 못했다. 오후 6시40분쯤 세번째 배인 P22정으로 옮겨졌다. 함내 방송에선 “익수자(A학생)는 P정(세번째 옮겨탄 배)으로 갑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현장 의료진은 “헬기로 옮겨야지, 왜 P정으로 옮깁니까”라고 물었지만 답은 들을 수 없었다. 이 헬기는 오후 7시쯤 김석균 해경청장을 태우고 시동을 걸었다. A학생은 비슷한 시각 P112정으로, 30분 뒤엔 P39정으로 갔다. 이 때 응급헬기 1대는 착륙하지 않고 회항했다. 그러던 중 A학생의 숨이 멎었다. 총 헬기 3대가 투입됐지만 A학생을 태우지 않았다.

A학생은 오후 8시50분경 서망항에 도착했고, 1시간15분 뒤인 오후 10시5분 목포한국병원에 도착해 10시10분 사망판정을 받았다. 박 국장은 “A학생을 P정에 옮겨 태운 건 (해경의) 실질적인 시신처리”라며 “(해경) 본인들의 편의 때문에 (배에) 태웠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세월호 유가족이 참석해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를 요구했다. 장훈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오늘 특별조사위원회의 발표는 우리 아이가 처음 발견됐을 때는 살아있었고 의사 지시대로 헬기에 태웠으면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는 내용”이라며 “분하고 억울해서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이홍근 인턴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