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때 맥박있는 학생 구조하고도 병원까지 ‘4시간41분’

입력 2019-10-31 16:03
31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박병우 특조위 진상규명국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4·16 세월호 참사 당일 해경이 맥박이 있는 학생을 구조하고도 병원으로 옮기기까지 4시간 41분이 걸려 결국 사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자 이송에 투입됐어야 할 헬기는 해경청장을 태워나르는 데 쓰였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3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3번째로 발견된 단원고 2학년 학생 A군이 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의 과정. A군은 당초 헬기를 타고 목포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될 예정이었지만 함정을 이용해 이송됐다. 해경은 A군을 발견하고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오후 7시15분쯤 심폐소생술을 중단했다. 특조위 제공

특조위에 따르면 해경은 2014년 4월16일 오후 5시24분쯤 단원고 2학년 A군을 발견했다. A군은 5시30분쯤 해경 3009함으로 옮겨졌고, 원격의료시스템이 가동됐다. 당시 영상을 보면 해경 응급구조사는 A군을 ‘환자’로 호칭하며 응급처치를 했다. 체온, 맥박, 호흡 등을 보여주는 바이탈사인 모니터에는 A군의 산소포화도 수치가 69%로 떴고, 불규칙하지만 맥박도 잡혔다. 목포 한국병원에 있던 응급센터 의사는 심폐소생술(CPR)을 지속하면서 병원으로 응급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박병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장은 “응급의학 의사들을 면담한 결과 A군은 구조 당시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나 100% 사망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 3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오열하고 있다. 이 유가족은 "(유가족들이) 그렇게 구조 과정에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사람들은 보험료를 더 받으려는 사람으로 낙인찍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황윤태 기자

해경 3009함에는 오후 5시40분, 6시35분 두 차례 헬기가 도착했지만 A군 대신 김수현 서해해양경찰청장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태우고 돌아갔다.

오후 6시35분쯤 함내에 ‘익수자 P정으로 갑니다’는 방송이 나오는데, P정은 시신을 옮겨오던 배였다. A군은 이후 총 3번 다른 함정으로 옮겨진 뒤 오후 10시5분에야 병원에 도착했다. 헬기를 탔다면 2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다. 해경은 오후 7시15분쯤 함상에서 CPR을 중단하고 A군을 사망자로 분류한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병원에 도착한 지 5분 만에 사망 판정을 받았다.

특조위는 당일 오후 2시40분쯤의 영상 자료를 확인한 결과 헬기 다수는 팽목항에 대기중이었고, A군이 발견될 때까지 수색을 위한 헬기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A군을 P정으로 이송할 것을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왜 헬기에 태우지 않고 함정을 옮겨다녔는지 등을 추가 조사한 뒤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수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31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세월호 참사의 전면 재수사를 주장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황윤태 기자

특조위 발표를 지켜본 유가족 20여명은 오열했다. 장훈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운영위원장은 “우리 아이가 처음 발견됐을 때는 살아있었는데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희생됐다는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살인”이라고 말했다. 또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를 놔두고 무엇 때문에 누구의 지시로 이런 짓을 한 건지 검찰이 수사해 달라”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은 오는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