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신체검사에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사람도 본인이 원할 경우 현역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할 수 있게 된다. 관련 법 개정 절차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2021년부터 이 제도가 시행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31일 “보충역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으로 병역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사람은 ‘질병 또는 심신장애가 치유됐거나 학력이 변동된 경우’에 한해 다시 신체검사 등을 거쳐 현역 복무를 할 수 있다. 앞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 4급 판정을 받게 된 부분이 해소되지 않더라도 본인이 원할 경우 현역으로 복무할 수 있게 된다.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아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는 사람들은 사회복지, 보건·의료, 교육·문화 등 분야에서 행정업무나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으로 군 복무를 이행한다. 앞으로는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더라도 본인이 원할 경우 공익기관에서가 아니라 군부대에서 복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병역법 개정안을 다음 달 19일까지 입법예고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에 추진하는 병역법 개정은 현역 또는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병역법 개정안 부칙에는 시행일을 ‘2021년 1월 1일’이라고 명시돼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내년에 국회 논의 절차와 군인사법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개정하는 시간을 감안해 시행일을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심사 일정에 따라 법 시행일은 조정될 수도 있다.
병역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의 비준을 추진하는 데 따른 것이다. ILO에서는 의무병역법에 의한 순수한 군사적 성격의 복무를 ‘노동의 예외’로 판단하고 있지만 자발적이지 않은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ILO는 ‘비군사적 복무’라 하더라도 선택권을 보장받으며 복무자 수가 비교적 적은 경우에 대해선 강제노동이라고 보지 않는다.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인원들이 ILO에서 규정한 강제노동에 해당될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현역 복무 선택권을 주는 법 개정이 추진되는 것이다.
정부는 1991년 ILO에 가입한 후 ILO 핵심협약 비준을 수차례 국제사회에 약속했으나 아직 4개 협약을 비준하지 못한 상태다. 현재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협약(제29호)을 비롯한 3개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역 인원이 급감하게 되는 상황을 우려해 병역법을 개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 현역 인원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떨어진다. 군 관계자는 “복무 난이도를 감안할 때 현역 복무를 선택하는 인원이 급격하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