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가 고급음식 푸아그라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거위 목에 튜브를 꽂아 강제로 음식을 주입하는 제조방식이 동물학대라는 비판이 잇따른 데 따른 것이다. 동물단체들은 환호했지만, 푸아그라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동물학대가 과장된 주장이며 산업 악화만 초래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뉴욕시의회는 30일(현지시간) 2022년부터 오리나 거위를 억지로 살찌워 만드는 식재료 푸아그라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뉴욕시가 통과시킨 이 법은 음식점 등이 위관영양(gavage)으로 만든 푸아그라를 보관하거나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다. 위관영양이란 위에 삽입된 고무관 등에 강제적 기름진 옥수수 기반의 혼합물을 먹이는 방식이다. 약 20일간 먹이를 주입하면 간을 정상 크기의 최대 10배까지 붓게 할 수 있다. 동물단체 활동가들은 오리나 거위가 걷거나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비대해진 상태에 있다가 도살된다고 비판해왔다.
뉴욕시는 또 일부 레스토랑이 ‘무상 제공’이라며 푸아그라를 제공하는 것도 금지시켰다. 이를 어길 경우 1건당 최고 2000달러(약 233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최근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푸아그라 생산·판매를 금지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인도, 이스라엘, 영국 등은 이미 푸아그라 판매를 금지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가 2012년 푸아그리 금지법을 주법으로 시행했다. 이 법은 연방법보다 하위법이어서 위반으로 결정됐으나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뉴욕시의 법안통과에 푸아그라 산업 종사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한 프랑스 음식점 셰프 마르코 모레이라는 “뉴욕은 세계 식문화의 중심”이라며 “(뉴욕에) 푸아그라가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은 뭐가 안 되는 거냐? 송아지 고기? 버섯?”이냐고 반문했다. 현재 뉴욕에는 푸아그라를 취급하는 음식점만 1000여곳이 있어 관련 종사자들에게 타격이 예상된다.
푸아그라 판매업자들은 먹이를 강제로 주입하는 방식이 잔인하지 않으며 ‘고문’이라는 주장도 과장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푸아그라가 사치품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것이다.
또 모든 푸아그라가 위관영양으로 자란 오리나 거위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으로 생산됐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 법 집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