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참의원의장 “문희상 ‘일왕발언’ 사과 다시 해라”

입력 2019-10-31 13:58 수정 2019-10-31 17:23

일본 참의원 의장이 ‘일왕이 사죄하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다’는 발언을 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사과 및 발언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또 문 의장이 한 차례 서한을 보내 사과의 뜻을 밝혔음에도 ‘내용이 불충분하다’며 반송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본 산케이신문이 산토 의장은 문 의장의 ‘일왕사죄’ 발언에 대한 사과가 없다면 다음달 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국회의장 회의에서 문 희장과 개별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문 의장은 지난 2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키히토 전 일왕을 전쟁 범죄 주범의 아들이라고 칭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나 곧 퇴위하는 일왕의 한마디면 된다. 고령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손을 잡고 진정으로 미안했다고 말하면 그것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한 바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에 반발하며 문 의장의 사과 및 발언 철회를 촉구했다.

문 의장의 일본 방문은 이 발언이 있은 후 처음이다. G20 각국 국회의장이 모이는 회의는 2010년에 시작돼 올해 6회째를 맞는다. 일본이 올해 의장국을 맡았다. 이에 일본 측은 참석자들과 참의원 정부의장과의 개별 회담도 예정돼있다. 산케이는 문 의장이 산토 의장과 개별 회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산토 의장은 먼저 서한에 응답하길 요구하고 있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산토 의장은 지난 9월말쯤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에게 문 의장에게 초대장을 전달하면서 “(문 의장 발언은) 무례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한 바 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후지TV는 이날 문 의장이 초대장을 받은 뒤 “마음을 다친 분들에게 사과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산토 의장에게 보냈지만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산토 의장은 내용이 불충분하다며 사과 서한을 반송하고 발언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문 의장에게 다시 보냈다. 하지만 이후 문 의장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 의장은 지난 6월 ‘일왕 사죄’ 발언에 대해 사과의 뜻을 피력한 바 있다. 그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 발언으로) 마음을 상한 분들에게 미안함을 전한다”고 말했다고 의장실은 밝혔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있지만, 일본인들은 천황까지 거론한 건 실례라고 생각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고 문 의장은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다며 사과와 발언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