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약 9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조선족 코스닥 상장사 최대주주와 한국인 대표이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조선족과 한국인이 공모해 국내 자본시장을 교란시킨 사실이 최초로 적발된 사건이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단장 김영기)은 사채로 빌린 돈으로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하고 허위 사업계획을 유포해 98억원 가량을 챙긴 조선족 A씨(44)와 전 대표이사 B씨(44)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죄로 지난 29일 불구속 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이들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3월 회사를 인수한 뒤 4개월간 인수 자금 출처, 주식 담보 대출 사실 등을 허위 공시하거나 공시하지 않고 가짜 사업계획을 유포하는 등의 수법으로 주가를 띄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 7월까지 주식보유 변동과 관련해 대량보유 보고 의무제도를 지키지 않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선족인 A씨는 여행업에 종사하던 인물로 업무차 한국에 자주 들어오다가 B씨를 알게 됐다. 이들은 사채업자들에게 대규모 대출을 함께 받은 뒤 회사를 인수하고 피해 투자자들에게 ‘대기업과 계약을 체결했다’는 등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해당 사건을 ‘긴급처리사건(fast track)’으로 접수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선족과 한국인이 공모해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를 훼손한 게 적발된 1호 사건”이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개인투자자들이 투자를 할 때 좀 더 신중하게 고려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의 ‘최근 5년간 무자본 M&A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무자본 M&A 관련 불공정거래는 모두 34건 적발돼 200여명이 수사기관에 고발되거나 고발을 통보받았다. 무자본 M&A란 기업 인수자가 외부 차입금을 이용해 자기자본없이 회사를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위는 코스닥 상장사의 공시 내용과 주가변동 보고서를 상시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