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가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항공정비(MRO) 단지 조성을 추진하다 실패해 애물단지가 된 청주 에어로폴리스가 헬기 정비단지로 개발된다. 과거 핵심 파트너였던 아시아나항공이 발을 빼며 좌초된 MRO 단지 조성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지난 2016년 12월 사업 포기를 공식 선언한지 3년만이다.
충북도와 청주시, 회전익(회전하는 날개로 움직이는 비행체로 통상 헬기를 지칭) 정비업체 ㈜포커스글로벌, 선진그룹, UI헬리콥터는 31일 도청 소회의실에서 에어로폴리스 회전익 정비시설 설치를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회전익 정비기업 3개사는 2023년까지 포커스글로벌 430억원, 선진그룹 1000억원, UI헬리콥터 570억원 등 총 2000억원을 투자해 회전익 정비를 위한 격납고, 부품창고, 훈련시설 등을 설치한다. 또 정비인력 1000여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정비 물량은 민간헬기뿐 아니라 국방부가 군용헬기 정비를 민간외주로 전환하면 수주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민간 200대, 군용 800대 등 1000대에 달하는 헬기를 운영하고 있다. 민간에서 운용되는 200여대의 헬기는 3~4 곳의 정비업체가 정비를 전담하고 있다. 헬기정비 관련 주요 업체를 집적하면 현재 국방부가 추진 중인 군용헬기 항공정비 민간 수주 경쟁에서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포커스글로벌은 청주국제공항에서 러시아산 헬리콥터 정비를 하고 있는 알에이치포커스의 지주회사로 그간 구축한 정비역량, 공급망, 우수인력 등을 활용해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 업체는 에어로폴리스에 입주해 유럽 및 북미산 헬기를 포함한 토탈 헬기정비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선진그룹은 2500여대의 버스를 운송하는 종합운송업체에서 헬기운송 및 정비 사업까지 확장한 중견기업으로 항공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캐나다에 헬기 정비업체를 인수했다. 에어로폴리스로 이전해 캐나다 기업의 정비기술·인증을 활용, 기체 및 엔진정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UI헬리콥터는 1986년 미국 벨 헬리콥터사와 합작 ㈜한벨헬리콥터를 설립, 28년간 헬기 MRO사업을 해오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고부가가치 항공제작 위주로 사업구조를 전환해 나갈 계획이다.
사업 예정지인 에어로폴리스는 고도 제한, 사업 물량 부족 탓에 대형 항공기 정비단지로는 적합하지 않아 충북도가 항공정비(MRO)단지 유치를 포기하고 최적의 활용 방안을 고민해 왔다.
전문가들은 에어로폴리스가 회전익 정비의 적지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들은 헬기가 전국에 분포되어 있고 정비를 위해 이동시간과 거리가 늘어날수록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전국에서 접근성이 가장 좋은 청주지역에 정비시설이 들어서야 운용사에서도 비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상황서 청주공항 거점항공사인 에어로케이가 에어로폴리스에 입주를 희망하고 다른 기업도 이곳에서 항공관련 사업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MRO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도는 도내 항공정비 관련 학교와도 협력, 정비인력 양성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시종 지사는 “청주 에어로폴리스 지구를 명실상부한 회전익 정비산업 클러스터로 발전시킬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항공정비인력 양성 방안을 모색하고 도내 항공정비 관련 학교와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