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신혼부부 주거지원, 일자리, 복지 등에 투자하기 위해 곳간을 풀어 40조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예산안을 편성했다. 건전한 재정을 바탕으로 사람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해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 위축 국면인 서울 경제의 활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2020년 예산을 지난해보다 3조7866억원 늘어난 39조5282억원으로 편성, 1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최초로 행정안전부 승인을 받아 지방채 발행한도를 늘려 역대 최대 규모인 3조원의 지방채를 연 1.8% 이자 수준에서 발행한다.
서울시는 주거지원, 돌봄, 청년 등 7대 분야에 집중 투자해 사람투자→소비확대→경제활력과 일자리창출→세입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실현한다는 게 목표다. 7대 분야는 신혼부부 등 주거지원 확대, 완전돌봄체계 실현, 획기적 청년지원, 서울경제 활력제고, 좋은 일자리 창출, 대기질 개선, 생활SOC 확충이다.
우선 사회복지 예산이 올해보다 15.4%(1조7000억원) 증가해 12조원대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일자리 예산 역시 최대인 2조126억원을 편성해 직·간접 일자리 39만3000개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대비 27.3% 증가한 규모다. 주택정비, 산업경제, 행정혁신 분야 예산도 대폭 확대됐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신혼부부와 청년의 출발 불평등선 해소 대책의 구체적 실현을 위한 예산도 담았다. 서울에서 매년 결혼하는 신혼부부(연간 5만쌍) 2쌍 중 1쌍에게 금융지원 또는 임대주택 입주 혜택을 제공하는 등 공공주택 보급률 10% 목표를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 2조4998억원을 편성했다. 또 청년수당 확대지원과 청년월세지원 시작 등을 위해 4977억원을 마련했다. 아울러 전체 가구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맞벌이가정의 돌봄 부담을 덜기 위한 출산~육아~영유아 돌봄~초등돌봄으로 이어지는 ‘완전돌봄체계 구축’에 2조1595억원이 투입된다.
많은 금액이 투입되지는 않지만 눈에 띄는 예산도 있다. 천만서울시민 안심 보험 가입, 장애친화산부인과, 공유 전기차 더 할인, 공원 내 도서관, 골목길 쏙쏙 작은 청소차 도입, 골목길 내손으로 재생 등이다. 서울시는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안전보험을 일괄 가입해 자연 및 사회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시민 또는 법정 상속인이 서울시가 지정한 보험사에 청구를 하면 사망 또는 후유장애 시 최대 1000만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시는 또 2022년까지 차량공유 서비스인 ‘나눔카’의 30%를 친환경 전기차로 전환하고, 이용요금의 30% 감면을 실시한다.
서울시는 지난 8년간 채무를 7조원 이상 감축해 투자여력을 비축했고, 세계적인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S&P가 4년 연속 AA 등급(정부와 같은 등급)으로 발표하는 등 재정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 내년 확대재정을 하더라도 서울시의 예산대비 채무비율(22%)은 행안부가 정한 지방자치단체 채무비율 기준인 25%에 미치지 않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민생이 절박하다. 지금은 과감히 곳간을 풀어 경제를 순환시켜야 할 때”라며 “역대 최대 규모의 확대재정을 통해 사람투자를 적기에 실행하고, 서울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