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 아버지의 허무한 추락사… 사고 업체, 조문도 안 왔다”

입력 2019-10-31 00:39 수정 2019-10-31 01:15
게티이미지뱅크

경남 함안의 한 나노 세라믹 신소재 전문 업체에서 일용직 노동자가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족들은 해당 업체가 조문은커녕 책임을 회피하기에만 급급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사고는 지난 20일 오전 11시24분쯤 발생했다. 경남 함안군 가야읍에 있는 한 산업용 세라믹 제조업체에서 용접 중이던 A씨(69)가 밟고 있던 사다리가 부러졌다. 그가 착용한 안전장비는 안전모 하나뿐이었다. A씨는 5m 높이에서 추락했고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 일용직 노동자 신분으로 이곳에서 일한 지 이틀 만에 당한 참변이었다.

A씨의 목숨을 앗아간 사다리는 해당 업체에서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업체 시설물이 사고 원인이었는데도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 아들은 “사고 발생 10일이 지났는데도 업체는 ‘법적으로 알아보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계속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4일장을 치렀는데 조문조차 오지 않았다”며 “아버지는 월남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다. 이렇게 떠나시게 해 죄송하고 슬프다”며 눈물을 흘렸다.

업체 측은 “책임 전가나 회피는 아니다”라며 “현재 모든 상황을 법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함안 경찰서는 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을 수사 중이다. 또 CCTV를 통해 A씨가 다른 안전 장비를 착용했는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창원고용노동지청도 이 업체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확보된 사고 영상을 분석해 조사가 마무리되면 관련자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