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이 공들인 박찬주 영입, 최고위원들이 막았다

입력 2019-10-30 20:29 수정 2019-10-30 21:21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조경태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총선을 앞두고 영입하는 인재 명단에 ‘공관병 갑질’ 논란 당사자인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포함된 데 대해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박 전 대장을 명단에서 빼기로 했다. 황교안 대표가 영입에 앞장선 것으로 전해져 황 대표 리더십도 타격을 입게 됐다.

조경태 한국당 최고위원은 30일 오후 최고위원 비공개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장 영입과 관련해 금시초문이었다”며 “박 전 대장이 영입 인사로 적합한가에 대한 회의가 최고위원들끼리 있었고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오전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같은 의견을 피력한 조 최고위원은 “개인적으로 우리 당의 영입 인재 1호는 청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 부분에 있어서 당이 신중하게 작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비공개 최고위원 회의에는 조경태·정미경·김순례·김광림·신보라 최고위원과 박맹우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고 강한옥 여사 빈소를 방문하기 위해 부산에 내려가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당의 인재 영입 계획이 공식 발표되기도 전에 최고위원들에게 제지당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박 전 대장은 황 대표가 대전에 직접 내려가 만날 정도로 영입에 공을 들인 인사로 전해졌다. 최고위원들은 이번 인재 영입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고 결과도 공유받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대표의 결정에 최고위원들이 반기를 든 모양새여서 향후 공천을 둘러싼 지도부 간 갈등이 고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7.08.08. 뉴시스


박 전 대장은 2013~2017년 공관병에게 전자 호출 팔찌를 채우고 텃밭 관리를 시키는 등 ‘갑질’을 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검찰에 고발됐다. 검찰은 박 전 대장의 지시가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다만 박 전 대장의 부인은 공관병 폭행·감금 혐의가 인정돼 불구속 기소됐다. 이와는 별개로 박 전 대장은 뇌물수수·부정청탁 금지법 위반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항소심에서 뇌물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고, 대법원의 최종 판단만 남아 있다.

한국당은 31일 박 전 대장을 제외한 영입 인재 명단을 발표할 방침이다. 이진숙 전 MBC 기자와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플랜트 EPC 비즈니스그룹장,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등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기자는 2012년 MBC 홍보국장으로 재직하면서 당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에 맞서 사측 입장을 대변해 ‘김재철의 입’으로 불렸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