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TV 시대에도 홈쇼핑 ‘채널 자릿세’는 계속 오른다

입력 2019-10-31 04:00

TV시청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홈쇼핑업체가 IPTV 업체에 지불하는 송출 수수료는 매년 오르고 있다. 홈쇼핑업계는 IPTV업계의 수수료 인상 요구에 반발하면서도 수수료를 낮출 묘수는 찾지 못했다. 홈쇼핑 주 고객인 40~60대가 여전히 TV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다른 플랫폼을 찾지 못한 탓이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25일 방송통신위원회에 LG유플러스와 관련한 분쟁 조정 신청서를 냈다고 30일 밝혔다. LG유플러스와 올해 송출수수료를 놓고 협상을 진행했으나 LG유플러스 측이 요구하는 인상요율이 과도하게 높아 수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매년 진통을 겪던 홈쇼핑업계 IPTV 송출 수수료 협상이 올해 들어 결국 폭발한 것이다.

현대홈쇼핑은 LG유플러스가 불과 3년 만에 송출 수수료를 2배로 올린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LG유플러스는 가입자 증가율과 케이블TV 송출 수수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정도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수수료율에 대한 홈쇼핑 업계의 불만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방통위에 분쟁 조정 신청까지 한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현대홈쇼핑이 본격적인 협상 시즌을 맞아 협상력이 부족한 홈쇼핑업계를 대신해 총대를 멘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홈쇼핑업체와 IPTV업체들은 줄줄이 수수료 협상을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수수료만 오르고 있다”며 “IPTV업계가 제시하는 인상율이 과도하다는 것은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고 말했다.

협상은 매년 홈쇼핑업계에 불리한 방향으로 끝났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KT와의 송출 수수료 협상을 결렬했다. 이 역시 수수료 인상요율이 과도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시 롯데홈쇼핑은 주요 공중파 채널의 사이인 6번 채널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롯데홈쇼핑은 불과 1년 만인 지난 6월 300억원 넘게 쓰고 4번 채널로 복귀했다. 이는 채널의 위치가 여전히 홈쇼핑 업계 매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수수료를 덜 내는 채널로 옮긴 후 사업을 잘해 극복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의미다.

홈쇼핑이 IPTV와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하기 어려운 것은 홈쇼핑 업계 주요고객이 여전히 40~60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TV시청률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공중파 시청 빈도는 높다. 홈쇼핑의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하더라도 먼저 TV로 방송을 보고 구매만 모바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홈쇼핑을 보다가 리모컨으로 바로 구매할 수 있게 만든 T커머스가 생겨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채널 선택폭도 비교적 좁다. 평소 홈쇼핑에서 물건을 즐겨 구매한다는 60대 여성 A씨는 “TV는 지상파 8~10시 드라마와 아침 방송을 즐겨본다”며 “최근에는 몇몇 종편 예능프로그램도 챙겨보지만, 그 이상 채널은 잘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V커머스(비디오커머스)도 이커머스 업계가 선점했다. 티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은 소비자들이 자사 온라인 쇼핑몰에 더 오래 머무르게 하기 위해 V커머스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