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고 강한옥 여사의 장례 절차가 별세 이틀째인 30일 조용하고 소박하게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내내 영정 앞을 지켰고 입관식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고인의 별세 이후 첫 메시지를 통해 “슬픔을 나눠주신 국민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여야 정치인들도 빈소를 찾았지만 ‘조문은 받지 않겠다’는 뜻에 따라 빈소 입구에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인 김정숙 여사, 아들 준용씨 등 가족과 함께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된 빈소를 지켰다. 장례 절차는 친지들, 고인과 같은 성당을 다닌 신도들만 조문하면서 차분하게 진행됐다. 7대 종단 지도자들도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인 송기인 신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도 빈소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모친의 영정 앞에서 조문객들을 맞았다. 조문객이 뜸할 땐 영정 앞에서 손자를 안고 대화를 나눴다.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고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조문을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지만, 빈소까지 찾아온 야당 대표들은 돌려보내지 않고 조문을 받았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문 대통령을 찾아 위로했다. 손 대표는 “문 대통령이 국민을 통솔하는 대통령이신 만큼 개인적인 아픔을 잘 삼키시며 훌륭히 상주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고, 정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훌륭하신 어머니를 여의시고 애통한 심정이 크실 것 같다. 위로를 드린다’는 말씀을 드리며 조문을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전날 밤과 이날 오전 두 차례 빈소를 찾았지만 조문하지 못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오거돈 부산시장, 조한기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전날 오후 빈소를 찾았으나 조문은 하지 못하고 돌아섰다.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청와대 직원들도 부속비서관실 등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평소대로 업무를 봤다. 조화와 조기도 반송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고인을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다행히 편안한 얼굴로 마지막 떠나시는 모습을 저와 가족들이 지킬 수 있었다”며 “평생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셨고,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처럼 고생도 하셨지만 ‘그래도 행복했다’는 말을 남기셨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41년 전 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나신 후 오랜 세월 신앙 속에서 자식들만 바라보며 사셨는데, 제가 때때로 기쁨과 영광을 드렸을진 몰라도 불효가 훨씬 많았다”며 “특히 제가 정치의 길로 들어선 후로는 평온하지 않은 정치의 한복판에 제가 서 있는 것을 보면서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이셨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다”며 “이제 당신이 믿으신 대로 하늘나라에서 아버지를 다시 만나 영원한 안식과 행복을 누리시길 기도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많은 분들의 조의를 마음으로만 받는 것을 널리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에서도 조문을 오지 마시고 평소와 다름없이 국정을 살펴주실 것을 부탁드리겠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는 조문이 이어졌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트위터에서 “문 대통령과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애도를 전한다”고 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도 페이스북에 “대통령 가슴 언저리에는 늘 어머니가 계셨다”며 “어머님! 하늘나라에서도 아드님을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썼다.
발인은 31일이다. 고인의 시신은 장례미사 이후 부산 영락공원에서 화장된 뒤 경남 양산 천주교 공원묘지에 안장될 것으로 전해졌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