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 시 검찰청 출입제한” 법무부, 시대착오적 언론통제

입력 2019-10-30 17:06

법무부가 “오보를 한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에 대해 검찰청 출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해 12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정부가 보도의 진위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사실상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선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조계와 언론학계에서는 “헌법상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법무부는 최근 수정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안에 언론이 검찰 수사상황과 관련해 중대한 오보를 낸 경우 정정·반론보도 청구와 함께 브리핑 참석 또는 청사 출입을 제한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넣었다. 수정안은 사건 관계인의 초상권 보호를 위해 검찰청사 내에서 사건 관계인을 촬영·녹화·중계방송하는 경우와 함께 오보를 낸 언론에 대해서도 이같은 제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오보로 인해 사건 관계인과 검사 또는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사생활 등 인권이 침해될 소지가 크다고 보고 이런 규정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무부의 새 훈령이 검찰 수사상황에 대한 언론의 취재, 비판과 감시 자체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논란을 낳을 전망이다. 법무부는 앞으로 검찰의 내사 사실을 포함, 피의사실과 수사상황 등 형사사건 관련 내용은 원칙적으로 공개가 금지된다고 밝혔다. 공개소환 및 촬영이 전면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공개가 허용될 때에도 전문공보관의 공보와 국민이 참여하는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검찰 공보담당자와 기자 간 구두 브리핑, 이른바 ‘티타임’도 금지된다.

이 규정은 인권보호수사규칙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중으로 제정하겠다고 공언한 검찰개혁 방안이다. 대통령령인 인권보호수사규칙과 달리 법무부 훈령이어서 별도 입법절차가 필요 없다.

그러나 법무부의 새 훈령은 수사관행 개선책이기보다는 오히려 검찰의 ‘깜깜이 수사’를 낳고, 진정한 검찰 개혁에 역행한다는 것이 사회 각계의 중론이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공적 인물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 국민의 알 권리를 법률도 아닌 훈령으로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예외적 공개가 자칫 반대세력을 대상으로 자의적으로 운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승은 허경구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