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이미 아동 성착취 영상물 유통 시장이 형성됐다. ‘다크웹 사태’는 전 세계적인 망신이다.”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근 ‘웰컴투비디오(Welcome to Video·W2V) 파문’으로 불거진 다크웹상 아동 성착취물 유통 실태를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경찰청과 여성가족부, 여성 국회의원,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이 토론회에서는 각계 인사들의 진단이 이뤄졌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웹사이트 W2V를 운영한 손모씨 사건으로 많은 시민들이 분노했고, ‘우리나라가 이 정도였나’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며 “현장에서도 국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실태를 지속적으로 접해왔다”고 말했다. 탁틴내일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가 접수한 카메라등이용촬영죄 및 통신매체이용음란죄 피해 건수는 2017년 147건에서 지난해 247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아동 성착취물 유통·제작 관련 시장이 형성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그 시장이 형성됐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찬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도 “과거 W2V에 ‘성인 음란물을 올리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이 걸려있었다. 손씨는 명확하게 아동 성착취물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청은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해 검거한 W2V 이용자 349명 중 235명이 한국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손씨의 형량이 징역 1년 6개월에 그친 점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박예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소속 변호사는 “미국과 캐나다는 아동 성착취 영상물 소지만 해도 징역 5년형인데 우리나라는 그에 비해 형량이 너무 낮다”며 “우리 법원에선 W2V에 다른 회원들의 영상도 많았다는 점이 손씨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지만 미 검찰의 공소장에선 오히려 공모 혐의로 별도 기소 사항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시영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성보호과 주무관은 “정부 내부에서도 성착취물 관련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가해자 처벌 수준이 상향될 수 있도록 여가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상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은 “지난해 사이버성폭력 전담수사팀을 설치했고 최근 ‘불법촬영물 등 추적시스템’을 활용해 소셜미디어와 음란물 사이트상 아동 성착취물 유통 사범을 단속하고 있다”고 했다.
엄격한 처벌을 위해선 ‘음란’의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 활동가는 “대법원의 판례를 종합하면 음란이란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성적 도의 관념의 반하는 것으로 의미가 모호하다”며 “이는 객관적 증거물로 증명될 수 없다는 점에서 피해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은 “W2V 사건은 전 세계적인 망신”이라며 “손씨의 형량을 보면 우리 사회가 아동 성착취물 문제를 어떻게 치부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손씨에 대한 처벌 수위는 경악스러울 정도”라며 “강력한 처벌을 통해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면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야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