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국방과 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잇따라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 통치 체계의 현대화’를 핵심 의제로 내건 4중 전회는 시 주석의 절대권력에 새로운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시 주석이 스스로를 부각시키는 것은 자신의 권위가 흔들림없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3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정치공작부는 29일 시 주석의 강군사상을 집대성한 ‘시진핑 강군흥군(强軍興軍)’ 책자를 출판해 전군에 배포했다.
통신은 책자 배포 이유로 국방과 군 건설에서 시진핑 강군사상의 지도적 지위를 확고히 하고, 이를 학습해 두뇌를 무장하고 실천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중앙군사위는 “‘시진핑 강군흥군’과 ‘시진핑 강군사상 학습요강’을 연결지어 원저와 원문을 읽고 공부해 원리를 깨닫고 실천해야 한다”며 “군 매체들은 시진핑 강군사상 관철을 위한 학습 분위기를 더욱 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4중 전회가 진행되는 와중에 군부가 시 주석에게 흔들림 없이 충성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공산당은 4중 전회를 앞두고 시 주석의 발언을 집대성한 ‘모든 사업에 대한 당의 영도 견지를 논함’이란 책자를 만들어 중국 전역에 배포하기도 했다. 이 책은 시 주석의 연설 70편을 묶은 것으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의 영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중국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는 지난해 1월 시 주석이 당 고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 내용을 게재하기도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우리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며 “마르크스 정당이 권력을 잡기는 쉽지 않지만, 권력을 유지하기는 더 어렵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은 전날 상하이에서 열린 제2회 글로벌 최고 과학자 포럼에 축하 서한을 보내 중국의 선진 과학 기술 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시 주석은 “과학 기술은 인류의 위대한 창조 활동으로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려면 글로벌 식견이 있어야 하고 시대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며 “중국은 세계 각국과 과학 연구를 강화하고 협력을 통해 시대의 도전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은 과학기술 선진 분야의 발전을 고도로 중시하며 전 세계 과학기술 혁신과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은 개방적인 자세로 국제사회와 과학 기술을 교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선진 과학기술 개발을 강조한 것은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에 대해 전면적인 공세를 펴는 미국에 굴하지 않고 ‘시대의 도전’을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중국의 구매력을 과시하는 무대인 국제수입박람회에 직접 참석해 개막식 기조연설을 한다는 내용도 29일 발표됐다. 제2회 국제수입박람회는 다음달 5일 상하이에서 개막한다. 시 주석은 지난해 첫 행사에 이어 2회 행사도 직접 챙기게 됐다.
통상 중국에서 이런 국가급 행사는 국가주석과 총리가 한 해씩 번갈아 가면서 주재하는 게 일반적인데 시 주석은 이례적으로 2년 연속 무대에 오르기로 했다.
시 주석은 기조연설에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주의를 강조하면서 미국의 ‘일방주의’ 행태를 비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국제수입박람회 기간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상하이를 방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 소식통은 “4중 전회 기간에도 시 주석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자신의 사상을 강조하는 것은 스스로 입지와 권위가 흔들림이 없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