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오 원내대표가 ‘기승전대통령탓’으로 자유한국당과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고 비판했다. 진보 네티즌들은 모친상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반성’과 ‘사죄’를 거론하다니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거 자신이 대표 발의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번복한 것을 두고 “오신환의 적은 과거 오신환”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장기판 훈수‘식 정국진단이 아쉽다’는 제목으로 논평을 냈다.
박 원내대변인은 “어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연설이 ‘대통령에 대한 독설로 가득 찼다’면, 오 원내대표의 연설은 한국당의 정국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서 “기승전대통령탓이란 인식과 정치경제 상황, 한반도 정세 인식은 한국당과 총론에서 같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의 의지는 보였지만 바른미래당의 당론으로 채택한 공수처 설치에 대해선 사실상 입장을 번복했다”면서 “오 원내대표가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찰개혁입법에 대안을 제시하는 등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날 대표연설에서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개혁을 제대로 해내면, 그 동안 검찰개혁 방안으로 제기돼 온 공수처는 굳이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은 오 원내대표가 모친상 중인 대통령에게 필요 이상으로 험악한 언행을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 원내대표는 ‘조국 사태’를 거치며 문 대통령이 책임정치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몰아붙였다. 그는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땅에 떨어뜨리고 온 나라는 두동 강 낸 국민 분열 행위에 대해 문 대통령은 반성하고 사죄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문재인 정권의 오만과 독선에 가득 찬 폭주를 저지하기 위해선 강력한 야당이 필요하다”면서 “민주공화국의 헌법정신과 공동체의 자유와 번영을 지키는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중도보수 정치가 한국 정치의 새로운 오른쪽 날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온 국민이 다 듣는 자리에서 모친상으로 슬픔에 잠긴 대통령을 향해 오만과 독선, 반성과 사죄를 운운하다니 상식 밖”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오 원내대표가 2년 전 공수처 설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이를 번복한 것을 비판하는 의견도 많았다. 커뮤니티에는 “오신환의 적은 과거의 오신환”이라는 글이 오르내렸다.
오 원내대표와 박인숙, 정운천, 김세연, 하태경, 지상욱, 유승민, 홍철호, 유의동, 이학재 등 10명의 의원들은 발의문에서 “현행 검찰이나 특별검사 제도는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면서 “상시적으로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를 예방하고 부패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독립적인 수사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 원내대표측은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과거 발의는 바른정당에서 이뤄진 데다 그 내용 또한 현재의 공수처 안과 크게 다르다”면서 “인터넷에서 ‘오신환의 적은 과거의 오신환’이라는 비판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