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판치고 진입장벽 높고…‘제주 해녀’가 사라진다

입력 2019-10-31 04:02 수정 2019-10-31 09:36
현직 3898명 중 60대 이상이 89%
일 고되고 진입도 까다로워
제주 해녀들이 물질을 위해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도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제주 해녀’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령 해녀가 절반을 넘지만 일이 힘들고 진입 장벽이 높아 해녀 수 늘리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해녀에 대한 행정 지원이 확대되면서 ‘가짜 해녀’도 확인되고 있다.

30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내 현직 해녀는 3898명이다. 나이별로 20대 5명, 30대 23명, 40대 52명, 50대 337명, 60대 1169명, 70대 1651명, 80대 이상 661명이다. 중간층인 50대를 기준으로 20~40대 층은 2%인데 반해 60대 이상이 89%를 차지하고 있다. 70대 이상 고령도 59%로 절반을 웃돈다.

제주도는 해녀학교 운영과 복지 확대를 통해 신규 해녀 양성에 노력하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일이 고되고 소득이 안정적으로 보장되지 않다 보니 젊은 층의 신규 진출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해녀가 되는 길은 해녀 어머니(해남 아버지)로부터 물질을 배워 대를 잇는 방법과 해녀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방법 뿐이다. 해녀학교로는 한수풀해녀학교와 법환해녀학교 두 곳이 운영 중이다. 졸업생 742명 중 해녀가 된 경우는 50명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녀 입문 장벽이 높은 점도 문제다. 해녀로 활동하려면 수협의 이사회 승인과 해당 어촌계 총회를 통해 가입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출자금과 가입비 명목으로 300만원에서 많게는 700만원 이상 소요된다.

최근에는 어촌계 소유의 부동산을 활용한 소득을 회원들이 공동 분배하는 방식이 늘면서 이익 감소를 우려해 회원을 늘리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점도 신규 해녀의 탄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3년간 어촌계에 가입한 신규 해녀는 2016년 42명, 2017년 39명, 2018년 42명, 올해는 40명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제주해녀에 대한 실태조사에서 전직해녀증을 발급받은 621명 중 57명이 가짜 해녀로 판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제주도는 해녀진료비 지원조례에 따라 해녀 조업 5년 이상인 경우 어촌계장의 확인을 받으면 해녀증을 발급해 병원 외래진료비 지원 혜택을 주고 있다. 제주도는 부랴부랴 해녀증 취소 조치에 들어갔지만, 이미 부실한 관리능력을 드러낸 뒤였다.

지난 3월 제주에서는 모 어촌계 주민 2명이 허위로 해녀증을 발급받아 150만원 상당의 진료비 지원 혜택을 누린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들에게 해녀증을 발급해 준 어촌계장도 같은 처벌을 받았다.

제주 해녀문화는 2015년 우리나라 첫 국가중요어업유산로 지정됐다. 2016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이름을 올렸고, 2017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제132호)에 등재되며 제주와 한국을 넘어 세계가 보전해야 할 문화유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1970년대 1만4000명에 달했던 제주 해녀는 1980년대 7800명으로 줄었고, 2017년에는 4000명 선이 무너졌다. 현재 60대 이상 해녀가 90%에 가깝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20~30년 안에 제주 해녀 수는 더욱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의 해녀들이 제주의 해녀 문화를 오롯이 체득하며 살아온 주역 세대임을 감안하면 전통문화의 대를 잇는 당사자층의 감소는 제주 해녀 문화의 전승과 발전에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 윤영유 해녀정책팀장은 “신규 해녀 양성과 해녀들의 조업 안전, 복지 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해녀들의 생업과 행정의 문화 보전 노력 사이에 시각차가 존재해 어느 만큼 개입해야 할지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사단법인 제주해녀협회 강애심 회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해녀 수는 더 급격히 줄 것”이라면서 “기존 해녀들이 당장의 이익보다 신규 해녀 양성에 적극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