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게 걸린 현상금 2500만 달러(약 290억원)은 IS 핵심부에서 미국과 쿠르드계 시리아민주군(SDF)의 ‘두더지’(비밀정보원) 역할을 했던 IS 요원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현지시간)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에 정통한 미국과 중동 지역 관료들을 인용해 이번 급습 작전이 성공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알바그다디의 은신처 내부 IS 반역자의 정체를 집중 조명했다. 그는 국적이 알려지지 않은 수니파 아랍인 남성으로 본래 IS 조직원이었지만 그의 친척 중 한 명이 IS에게 살해당하면서 조직에 반기를 들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마즐룸 아브디 SDF 총사령관 등에 의해 알려졌듯 알바그다디의 은신처에서 그의 속옷을 훔쳐 나와 작전 수행 전 DNA검사로 알바그다디의 신원 확인을 가능하게 했던 인물이 바로 그다.
한 관료는 WP에 “이 정보원이 미국 정부가 알바그다디의 목에 건 현상금 2500만 달러(약 290억원)의 전부나 상당 부분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남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관료는 “그는 알바그다디에게 믿을 수 있는 조력자로 여겨진 사람”이라며 “알바그다디가 시리아 북부 이들립 지역의 마지막 은신처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데 깊이 관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은신처 건물을 짓는 작업을 감독했고, 알바그다디의 두터운 신임 하에 그의 가족들을 수행해 병원 치료를 받도록 하는 일도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알바그다디가 궁지에 몰릴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도록 항상 자살폭탄 벨트를 맨 채 움직인다는 정보를 제공한 것도 그였다.
SDF 지도부는 이 정보원이 진실로 믿을 만한 사람인지 확신이 설 때까지 수주 간 조사한 뒤 미 정보당국에 그에 대한 통제권을 넘겼다. 미 관료들은 “(미국) 정보당국은 이 정보원을 특별히 더 주의깊게 조사했다”며 “지난 2009년 아프가니스탄 코스트주에서 발생한 ‘미 중앙정보국(CIA) 참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당시 알카에다 수괴에 대한 유망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간주됐던 요르단 국적 정보원은 사실 알카에다의 이중 스파이였고, 그는 CIA측과의 회의 중 폭탄을 터뜨려 총 7명의 CIA요원을 살해했다.
알바그다디 작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 정보원(두더지)은 꽤 오랫동안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의 열쇠를 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단지 최근 몇 주간 이 같은 사실이 심각하게 분명해졌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