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北목선 안 놓칠까…신형 해상감시레이더 국내 개발

입력 2019-10-30 15:25
해상감시레이더-Ⅱ의 외부 모양. 방사청 제공

해안과 해상을 감시하는 신형 레이더가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기존 레이더에 비해 탐지 능력이 크게 향상된 만큼 북한 목선 입항을 식별하지 못한 사건이 또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방위사업청은 ‘해상감시레이더-Ⅱ’를 성공적으로 개발해 지난 9월 전력화했다고 30일 밝혔다. 해상감시레이더-Ⅱ는 해안과 섬 지역에 설치해 공기부양정과 고속정 등 해상에서 움직이는 함정을 탐지하기 위한 것이다. 저고도로 비행하는 항공기도 탐지할 수 있다. 이 레이더에 탐지된 표적 정보는 해군전술자료처리시스템(KNTDS)을 통해 공유되며, 표적을 공격하기 위한 유도무기체계와도 연결될 수 있다.

해상감시레이더-Ⅱ의 내부. 방사청 제공

특히 이번에 개발된 해상감시레이더-Ⅱ는 탐지·식별 성능이 기존 레이더보다 향상됐다. 기존 레이더에는 가까이 붙어 이동하는 함정 2척이 1척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신형 레이더는 이런 표적을 분리해서 인식하는 ‘분해 능력’이 높아졌다고 한다.

신형 레이더는 또 강풍이나 태풍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경계감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레이더 안테나를 보호덮개가 둘러싼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돔 모양의 덮개는 레이더 빔이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열과 충격에 강할 뿐 아니라 전력 소모를 줄이는 등 안정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해상감시레이더-Ⅱ 1대는 해병대 한 기지에 지난 9월 배치됐다. 2020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2025년까지 10여대가 동·서·남해에 배치될 예정이다.
북한 목선이 지난 6월 15일 강원도 삼척항에 접안해 있는 장면. 당초 배의 접안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던 군은 4일 뒤 경계 실패를 인정했다. KBS 제공

LIG넥스원㈜이 참여한 해상감시레이더-Ⅱ 개발에는 315억원이 들었다. 고출력 송신단과 같은 주요 부품을 포함해 80% 이상 국산화가 이뤄졌다고 한다. 기존 레이더는 1983년 도입 당시 국내 기술력 부족으로 미국 제작사와 기술협력 방식으로 생산해 배치해 놨었다. 이후 노후화된 레이더를 교체하기 위해 신형 레이더 개발이 시작됐다.

앞서 군은 북한 목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강원도 삼척항에 지난 6월 15일 입항할 때까지 이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해 경계태세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만 해상감시레이더-Ⅱ가 북한 목선 움직임을 완전히 식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 목선을 잡기 위한 용도로 설계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형 목선까지 모두 탐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