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감, 금권선거 막기 위해 상정한 2대 개혁입법 ‘모두 부결’

입력 2019-10-30 15:21
기독교대한감리회 입법의회 회원들이 30일 경기도 안산 꿈의교회에서 장정개정위원회가 상정한 안건을 심의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장정개정위원회(장개위)가 선거 개혁을 위해 상정한 추첨제(제비뽑기제)가 논란 끝에 부결됐다. 추첨제는 ‘감독회장 2년 겸임제’와 함께 대표적인 개혁 입법으로 꼽혔으나 입법의회에서 모두 부결됐다.

입법의회를 진행 중인 기감은 30일 경기도 안산 꿈의교회에서 찬반 의견과 기감 본부 법률자문단의 자문까지 청취하며 신중하게 안건을 다뤘다.

찬성하는 회원들은 금권선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한 회원은 “기감이 희망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추첨제”라면서 “소송의 수렁에서 이제는 빠져나오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반대 입장을 밝힌 회원은 “직접선거와 추첨제를 섞어 놓으면 투표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면서 “선거관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 불법 선거운동을 막자”고 주장했다.

장개위가 입법의회에 상정한 안은 감독회장(감독) 후보자를 두고 무기명 비밀투표로 투표권자 1인당 3명을 투표한 뒤 다득점자 3명을 두고 추첨을 한다는 것이었다. 입후보자가 3명 이하일 경우에는 투표 없이 추첨하도록 했다.

기감 개혁그룹인 ‘새물결’ 동부연회 총무 홍성호 대관대교회 목사는 “입법의회 회원들이 개혁안이 금권선거를 근절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 게 걸림돌이었다”면서 “하지만 법 개정을 통해 개혁을 기대할 수 있었는데 부결돼 아쉽다”고 했다.

관심을 끌었던 성폭력대책위원회는 신설됐다. 위원회는 장로와 목사 연수과정에서 양성평등 교육과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할 수 있다. 교단 내부에서는 성폭력이 줄어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토론 과정에서도 찬성 쪽이 많았다. 백삼현 장로는 “암을 도려내면 상처는 남아도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면서 “성폭력대책위도 암 덩어리는 도려내는 첫 출발점으로 반드시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건 우리들의 딸과 며느리, 손녀들을 위한 일”이라고 밝혔다.

조미숙 목사도 “국가는 물론이고 다른 교단들도 성폭력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기감이 제대로 된 위원회가 없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여성들만의 문제라고 치부하지 말고 신설하자”고 당부했다.

기감 산하 감리교신학대와 목원대, 협성대 등 3개 대학을 교회들이 지원하는 안건은 부결됐다. 장로연합회를 신설하자는 개정안도 부결됐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