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합의’ 전망 오락가락…‘APEC에서 서명 어렵다’ 관측도

입력 2019-10-30 14:44

미·중 무역협상의 ‘1단계 합의’ 여부와 시기를 놓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초 미·중 정상이 다음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합의안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정보다 이른 서명 가능성을 거론한 반면, 백악관 내에선 APEC 정상회의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합의안 도출에는 양측이 모두 자신하는 분위기이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음을 엿볼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미·중이 ‘1단계 합의’안을 놓고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다음달 16~17일 칠레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맞춰 합의안이 완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미중 정상이 APEC 정상회의에서 1단계 합의에 서명하는 일정이 여전히 유동적이라며 “칠레에서 서명을 하지 않는다고 끝장이 나는 건 아니다. 단지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의미”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목표는 칠레에서 하는 것이지만 가끔 문건 준비가 안될 때가 있다”며 “하지만 좋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으며 칠레에서 서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단은 이달 초 워싱턴에서 1단계 합의를 도출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APEC 정상회의에서 합의안 서명을 위해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다음달 17일 미중 무역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29일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협상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두 정상이 다음달 17일 APEC 정상회의에서 직접 만나 무역전쟁 휴전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국 대표단은 여전히 두 정상이 서명할 협정문을 정리하고 있지만, ‘1단계 합의’가 APEC 회의에 맞춰 완료될 수 있다며 낙관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신화통신도 지난 26일 “무역협상단이 상호 간의 핵심 관심사안을 적절히 해결하는 데 합의했고, 일부 합의안에 대해서는 기술적 검토를 기본적으로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무역협상 일부에 대한 기술적인 논의는 끝났으며 차관급 협상이 여전히 진행중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 고문인 재러드 쿠슈너는 29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래투자 컨퍼런스에서 “미중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고, 환상적인 무역합의 도달하고 있다”며 “미국 협상팀이 베이징과 엄청난 거래를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보다 앞서 1단계 합의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까지 내놨다.

그는 29일(현지시간) 시카고로 떠나기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대중 협상에서 매우 큰 부분에 서명하는데 있어 예정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리는 이것을 1단계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큰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합의 내용과 관련, 1단계는 농민들을 돌보는 것이며 또한 금융부문의 많은 요구를 처리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일정보다 조금 더, 어쩌면 훨씬 앞서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중 정상이 APEC 정상회의 이전에 만날 기회를 잡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단지 협상 성과를 국내에 과시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 백악관 측의 우려처럼 APEC 정상회의에서 ‘1단계 합의’에 서명하지 못하면 양측의 무역협상이 또다시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울러 1단계 합의에 서명하더라도 무역협상과 별도로 여러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