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가 “나는 결코 ‘비선 실세’가 아니다”라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을 파기환송심의 증인으로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최씨는 30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씨가 법정에서 직접 입을 연 것은 지난해 6월 15일 항소심 결심 공판 최후진술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최씨는 “유치원을 운영하는 등 평범한 생활을 하며 박 전 대통령을 도운 것이고, 어떤 기업도 알지 못했다고 하늘에 맹세할 수 있다”며 “딸의 승마 문제와 관련해서도 말 소유권과 처분권이 삼성에 있는데, 뇌물이라고 본 것은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파기환송심에서 제발 진실이 한 번이라도 밝혀지길 바란다”며 “어린 딸과 손주들이 평생 상처받아야 할 상황인데, 재판에서 부분적이라도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했다.
최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뒤 상고했다. 지난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심 판단 대부분을 유지하되, 일부 강요 혐의만 무죄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최씨 변호인은 앞선 판결들에 문제를 제기하며 파기환송심에서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모두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단한 강요 등 혐의를 넘어 뇌물수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도 모두 무죄를 주장하겠다는 것이다.
최씨 측 변호인은 이날 박 전 대통령과 딸 정유라씨,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손석희 JTBC 사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은 “지금까지 법원은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며 “이는 박 전 대통령이 공모관계를 부인한 주장의 신빙성을 검증받기 위해 진술할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딸 정유라씨가 2017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 사건 1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데 대해 “당시 자유롭게 진술한 것인지 검토할 필요 있다”며 “정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사실과 다른 부분을 확인하고, 이 사건에서의 말이 피고인의 실질적 소유가 아님을 입증하고자 한다”고 했다.
최씨를 1심부터 변호해온 이경재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앞으로 100년 안에 있을까 말까 한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라며 “발단부터 시작해 이번 파기환송심까지 현대사에 기록될 정치 변동이 있었고,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은 단순히 파기환송심이 아니라 ‘제4심’의 판결로서 그 결과가 우리나라 역사 및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형에 대해서도 “피고인과 박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중형은 우리 시대가 재판이라는 형식으로 대단히 잔인한 일을 한 것”이라며 재판부에 “근본적인 성찰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12월 18일로 예정했다. 증인 채택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재판에는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이 참석해 “최서원씨 파이팅, 우리가 꼭 이길 거예요”라고 외쳐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