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서울 중랑구에서 50대 남성 A씨가 한 여성을 둔기로 수십 차례 가격한 뒤 달아났다. 사건 직후 경찰은 주변 CCTV 영상을 토대로 A씨를 쫓았지만 곧 난관에 부닥쳤다. A씨가 한 공원에 도착한 뒤 화면에서 사라진 것이다. A씨를 찾기 위해 경찰은 부근에 있던 CCTV 수십대를 일일이 확인했지만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경찰이 A씨를 다시 찾아내 검거하기까지는 13일이 걸렸다. A씨는 공원에 설치된 ‘회전형 CCTV’가 다른 방향을 비추고 있는 사이 화면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로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중랑경찰서 관계자는 30일 “주요 길목에 고정형 CCTV가 여러 대 설치돼 있었다면 범인을 최소 일주일은 더 빨리 검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전형 CCTV는 네 방향을 20초씩 비추며 계속 돈다. 같은 위치로 돌아오기까지 1분이 걸린다. 한 방향만 비추는 ‘고정형 CCTV’ 4대를 설치해야 감시할 수 있는 반경을 한 대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감시에 빈틈도 발생한다.
경찰에 따르면 CCTV가 회전하는 사이 범행이 이뤄지거나 용의자가 사라지는 일은 흔히 일어난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이 한번 CCTV 화면에서 벗어나면 다시 주변 CCTV 수십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인력이 많이 필요하고 추적과 검거가 지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전형 CCTV 설치 비율은 자치구마다 천차만별이다. 서울시가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회전형 CCTV의 비율은 도봉구가 94%로 가장 많다. 중랑구(80%)와 강북구(74%), 송파구(60%)가 그 뒤를 잇는다. 서울 지역 회전형 CCTV 평균 설치비율(39%)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도봉·중랑·강북 3구는 CCTV 대수 자체도 1000여대 안팎으로 최하위권이라 치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국민일보가 회전형 비율이 높은 도봉구와 중랑구 일대를 둘러본 결과 사거리에 회전형 CCTV가 한 대만 놓여 있거나 그마저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언덕배기에 위치한 한 빌라촌에는 골목길이 여러 갈래로 복잡하게 나 있지만 회전형 CCTV만 드문드문 있었다.
반면 양천구와 구로구는 회전형 CCTV 비중이 23%로 가장 낮았다. 성동·금천구(27%)·관악구(29%)도 낮은 축에 속했다. 강남구(37%)와 서초구(44%)는 회전형 CCTV 비중이 작지 않았지만 설치된 CCTV 대수가 각각 5221대, 2835대로 다른 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선서의 한 형사는 “고정형 CCTV가 주요 사거리만이라도 빈틈없이 비춰준다면 수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북구에 사는 김모(36)씨도 “CCTV는 안전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지역별 편차가 줄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치구마다 회전형 CCTV 비율이 다른 이유는 예산 때문으로 알려졌다. 회전형 비율이 높은 한 자치구 관계자는 “주민들의 CCTV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기본적인 범죄 예방과 민원 응대를 위해 회전형 CCTV를 우선적으로 설치해왔다”며 “고정형 여러 대를 두기에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자치구들은 앞으로 고정형 CCTV를 최대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중랑구 관계자는 “올해 CCTV 예산을 큰 폭으로 늘려 고정형 CCTV 300여대를 새로 설치하고 있다”며 “양적·질적으로 개선해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도봉구 또한 고정형 비율을 높여나갈 예정이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