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017년 결혼박람회에서 한 여행사와 하와이 신혼여행 상품 계약을 맺었다. 총비용 518원 중 계약금 40만원과 항공권 비용 202만원을 결제했다. A씨는 두 달 후 개인 사정으로 계약해제와 환급을 요청했다. 여행사는 계약서상 취소수수료 관련 특별약관(특약)을 내세우며 총 대금의 10%와 카드수수료를 합한 54만7380원을 공제했다. A씨는 계약 당시 특약 내용을 전혀 공지 받지 못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처럼 신혼여행 상품 사업자가 신혼부부에게 피해를 준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특히 상담이 접수된 계약 10건 중 9건 이상이 특약을 사용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소비자 동의절차를 설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혼여행 상품 관련 상담은 2016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총 1639건 쏟아졌다. 이 기간 피해구제 신청은 총 166건이었고 이 중 계약해제 및 취소 수수료 관련이 126건으로 가장 많았다. 여행 전 계약 해제를 요구하면 특별약관에 동의했다는 이유로 거절하거나 과다한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는 식이었다. 취소 수수료를 여행요금의 80∼90%까지 부과한 업체도 2곳이나 있었다.
결혼 박람회에서 판매한 신혼여행 상품에 부당하게 취소 수수료를 부과한 때도 있었다. 호텔이나 행사장에서 열리는 박람회는 방문판매에 해당해 청약 철회 기간(14일) 이내에 별도 수수료 없이 계약 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8월 초 수도권에서 개최된 8개 결혼박람회를 조사한 결과 계약 4건 중 3건이 부당하게 취소 수수료를 부과했다고 소비자원은 밝혔다.
이 밖에 사전 동의 없이 일정을 빠뜨리거나 옵션을 이행하지 않는 등 계약 불이행은 29건, 현지 쇼핑 강요 같은 부당 행위도 7건 보고됐다.
사업자들은 특약을 무기로 내세웠다. 소비자원이 계약서를 확인할 수 있는 피해구제 신청 136건을 분석한 결과 129건(94.9%)이 특별약관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60건은 특약에 대한 소비자의 동의 절차가 없었다. 계약 시 약관이 제대로 설명됐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신혼여행 상품 계약 시 특약과 보증보험 가입 여부 등을 꼼꼼히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