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혼란 계속되자 英 12월12일 총선…96년 만의 크리스마스 선거

입력 2019-10-30 10:08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영국과 유럽연합(EU) 간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 초안 타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연단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이 오는 12월 조기 총선을 실시한다.

영국 하원은 29일(현지시간) 12월 12일 총선을 개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정부의 ‘단축 법안(short bill)’을 찬성 438표, 반대 20표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보리스 존슨 총리는 네 번의 도전 끝에 조기 총선 개최라는 목적을 이루게 됐다.

집권 보수당이 하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의 브렉시트 계획이 의회에서 번번이 좌절되자 존슨 총리는 조기 총선 카드를 빼들었다. 12월 총선은 결국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인들의 민심이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존슨 총리는 ‘고정임기 의회법’(Fix ed-term Parliaments Act 2011)을 토대로 세 차례 조기 총선 동의안을 상정했지만 모두 통과에 필요한 전체 의석의 3분의 2 찬성을 얻지 못했다.

고정임기의회법상 조기 총선이 열리기 위해서는 하원 전체 의석(650석)의 3분의 2 이상, 즉 434명의 의원이 존슨 총리가 내놓은 조기 총선 동의안에 찬성해야 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9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조기 총선 법안에 관한 토론 중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존슨 총리는 전날 세 번째 동의안이 의회의 벽에 가로막히자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12월 12일 총선을 개최한다’는 내용의 단축 법안을 이날 다시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고정임기의회법에 따른 조기 총선 동의안과 달리 단축 법안은 하원 과반 지지를 얻으면 통과하게 된다.

이날 법안 통과로 영국은 지난 1923년 이후 처음으로 12월에 총선을 실시하게 됐다. 당초 영국은 2017년 조기 총선을 실시해 예정대로라면 다음 총선은 2022년 열릴 예정이었다. 하원은 이날 정부 법안을 통과시키기 전 총선 개최일을 12월 9일로 앞당기는 내용의 야당 수정안에 대해서도 표결을 실시했지만, 찬성 295표, 반대 315표로 부결됐다.

이 수정안은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가 내놓은 것으로, 자유민주당 등 야당의 지지를 받았다. 야당은 12월 12일 총선을 실시할 경우 학기가 끝난 대학생 등이 투표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총선일을 앞당기는 방안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날 토론 전 예비내각회의를 개최, 조기 총선 수용 찬성 입장을 공식화했다.

코빈 대표는 “EU가 브렉시트를 1월 31일까지 연기했으므로 3개월 동안 ‘노 딜’ 위험은 사라졌다”면서 “우리는 이제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역사상 가장 야심 차고 철저한 (선거) 캠페인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월 총선에서 존슨 총리가 대표로 있는 보수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존슨 총리가 추진하는 브렉시트 계획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