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공개 없어도 화제된 PD수첩…방송 후 유준원 회장 실검 등극

입력 2019-10-30 09:25 수정 2019-10-30 09:54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PD수첩이 방송 이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PD수첩은 방송에서 ‘스포츠서울 주가조작 사건’을 재조명하며 검찰과 재벌과의 유착관계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방송 직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엔 PD수첩과 유준원 상상인 그룹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29일 방송된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은 ‘검사와 금융재벌’ 두 번째 편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선 검찰이 골든브릿지증권 대표이자 상상인 그룹 회장인 유준원 회장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심층적으로 취재했다.

유 회장은 증권시장에서 ‘슈퍼개미’로 불리는 인물로 2019년 한국의 주식 부자 106위에 오른 갑부다. 최근 증권사까지 인수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유 회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의 자금과 관련 있는 인물로 알려지기도 했다.

제작진은 지난해 12월 ‘PD수첩’에 검사의 비리를 알리겠다는 제보자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금융 관련 범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였던 그는 죄수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해박한 금융지식으로 검찰의 수사를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서울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했던 이 제보자는 “제일 많은 수익을 얻은 게 유준원인데 유독 유준원만 처벌을 안 받았다”고 주장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당시 유 회장의 이름이 147회나 등장했다. 검찰 자료에는 유 회장이 이득을 본 금액이 일원 단위까지 적혀있었다. 하지만 2015년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이 줄줄이 기소되는 동안 유 회장은 참고인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유 회장이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제보자는 검찰 출신 변호사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제보자는 해당 변호사가 유 회장과 대학 동문으로 스폰서 검사로 드러난 김형준 전 부장검사와 각별한 사이라고 주장했다. 유 회장이 수사 선상에 오를 때 해당 변호사와 밀접한 관계였던 김 전 부장검사가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에 부임하면서 수사를 총괄했다.

사건이 남부지검으로 이첩됐고 해당 변호사는 남부지검에 있던 김 전 부장검사에게 여러 차례 향응을 베푼 정황이 드러났다. 결국, 유 회장은 4건의 비리 의혹 중 한 건은 불기소, 세 건은 벌금으로 약식 기소됐다. 이 변호사는 2015년 4개 회사의 공시의무 위반 등의 비리 혐의로 유 회장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을 때도 무려 20명 이상의 현직 검사들과 집중적으로 통화했다.

이는 유착관계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지만 대검찰청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별도의 감찰을 하지 않았다는 게 PD수첩 측 주장이다. 주가조작에 연루된 사람이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를 이용하고 전관 변호사는 부장검사가 스폰서 의혹에 휩싸이자 사건의 은폐를 도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범자들이 유준원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내용이 담긴 PD수첩은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가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 21부(부장판사 김정훈)는 해당 변호사가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결정을 했다.

재판부는 “2019년 10월 29일 방송 예정인 MBC TV PD수첩 프로그램에서 실명을 포함한 방송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방송금지에 대한 부분은 기각, 비실명 방송이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명까지 공개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을 찾을 수 없고 2007년 검사를 그만둔 후 변호사로 활동해온 사람으로 공적 인물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 판단 후 PD수첩 진행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사범죄 2부는 정상적으로 방송된다”며 “방송에서 실명은 공개되지 않게 됐다. PD수첩의 전승 신화는 계속된다”고 썼다. 방송 직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PD수첩’과 ‘유준원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