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서 “트럼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암시에 걱정 들어”
구소련 이민자 출신이라 ‘스파이 논란’도 빚어져
빈드먼 중령, 이라크전 참전해 훈장 받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치명타를 한 방 맞았다. 이번에 나선 인물은 현역 미 육군 중령인 알렉산더 빈드먼이다. 하지만 그는 세 살 때 부모와 구소련(러시아)에서 이민 온 인물이다. 트럼프 진영은 그의 출신을 문제 삼아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현재 백악관 NSC 근무…트럼프 문제 통화 직접 들은 인물
빈드먼 중령은 29일(현지시간) 하원 탄핵조사 청문회에 출석했다. 그는 훈장을 단 제복 차림이었다. 빈드먼 중령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매우 큰 증인이다.
빈드먼 중령은 현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근무하고 있다. 또 그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발단이 된 지난 7월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전화통화를 직접 들었던 당국자들 중 한 명이다.
AP통신은 빈드먼 중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가 실시된 이후 하원 청문회에 처음으로 출석한 백악관 현 직원이면서 또 당시 통화 내용을 들었던 첫 증인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빈드먼 중령에 대해 증인 출석 금지를 지시했으나, 하원에서 소환장을 발부하자 빈드먼 중령은 출석을 선택했다.
빈드먼 중령 “트럼프 통화내용에 우려 느껴”
빈드먼 중령은 탄핵 조사위에 출석하기 전 A지 6장 분량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아나 대통령의 전화 통화와 관련해 “나는 그 통화 내용에 우려를 느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외국 정부에게 미국 시민(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던)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암시에 걱정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빈드먼 중령의 입장문은 타격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자신에 대한 불리한 증언에 대해 ‘타인으로부터 전해들은 간접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빈드먼 중령은 문제의 통화 내용을 직접 들은 인물이다.
빈드먼 중령이 주장한 ‘지원 암시’도 중요한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바이든 부자 뒷조사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연계시키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빈드먼 중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지원을 뒷조사와 연관시킨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바이든 뒷조사 언급되자 볼턴이 회의 끊어
그는 NSC 법률고문에게 두 차례나 자신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가 지난 7월 10일, 백악관을 방문했던 올렉산드르 다닐류크 우크라이나 국가안보장관에게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을 원하면 특별한 수사 착수를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빈드먼 중령은 주장했다. 이 때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이 회의를 짧게 끊었다고 빈드먼 중령은 밝혔다.
이 회동 직후 이뤄졌던 브리핑에서 선들랜드 대사는 또 (민주당과 우크라이나 정부 사이에 제기됐던 내통 의혹) 2016년 대선 문제, 바이든 부자, 부리스마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에 빈드먼 중령은 선들랜드 대사에게 “당신의 발언은 부적절하며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는 국가 안보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빈드먼 중령은 이 브리핑 이후 NSC 법률고문에게 자신의 우려를 보고했다. 이어 그는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 전화 통화 이후 또 우려를 보고했다.
빈드먼 중령은 또 “올 봄에 외부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부처 간 통일된 움직임과 다른 헛소문을 퍼뜨리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그 얘기들은 미국 정부의 외교 정책에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라크전서 훈장 받아…구 소련 출신 이민자
빈드먼 중령은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20년 동안 군에 복무했다. 잠시 군사업무를 담당한 외교관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는 2018년 7월 NSC에 들어와 우크라이나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제폭탄 폭발로 부상을 입었다. 그는 군사작전으로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군인에게 주어지는 ‘퍼플 하트’ 훈장을 받았다. 그는 한국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또 그는 3살 때 부모와 함께 소련(현 러시아)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민 왔다. 트럼프 진영에서는 그가 러시아 출신이라는 데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폭스뉴스는 전날 빈드먼 중령이 스파일 수 있다는 패널의 발언을 그대로 보냈다.
이를 의식한 듯 빈드먼 중령은 “나는 애국자이며 나는 우리나라를 발전시키고 지키는 신성한 의무와 영예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20년 동안 미군 장교와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초당파적으로 공정하게 일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