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도 안 믿어” 김학의 전 차관이 법정에서 오열하며 한 말

입력 2019-10-30 05:50 수정 2019-10-30 10:26
뉴시스.

억대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집사람조차 나를 믿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또 “희귀성 난치병 아내를 보살피며 조용히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차관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 결심 공판에서 “범죄의 중대성이 공소사실만 봐도 충분히 인정된다”며 징역 12년과 벌금 7억원, 추징금 3억3760여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혐의 전체를 부인한다”고 한 검찰은 “피고인의 범행은 법정에 제출된 사진과 관여자들의 증언으로 사실상 모두 입증됐다. 피고인의 현재까지 수사 및 재판 절차에서의 태도와 양형 자료 등을 고려해 이같이 선고해달라”며 이같이 구형했다.

그러나 김 전 차관 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범행의 일시와 장소가 특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공소시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찰이 작위적으로 사실을 구성해 법을 적용하는 등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게 김 전 차관 측의 주장이다.

피고인 신문에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물의를 빚은 것을 반성하고 후회하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김 전 차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은 “반성과는 별개로 공소 제기에 많은 문제가 있고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하지 못한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번 수사로 나는 완전히 이 세상에 존재하지 말아야 할 사람이 됐다”고 한 김 전 차관은 “나는 평생 누구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대가성 있는 재물, 돈 등을 받은 적이 없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별장 성접대’를 했다는 건설업자 윤중천씨와의 관계에 대해 검찰이 집중적으로 추궁하자 김 전 차관은 “알지 못한다. 수차례 질문을 받았고 그런 사실이 없다고 계속 답했다. 너무 심하게 그러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신문 말미에 원주 별장에 가지 않은 것이냐고 검찰이 묻자 김 전 차관은 “내 기억엔 없다. 가슴을 열어도 없다. 정말 괴롭지만 그걸로 망했고 여기까지 왔다”며 “술 취해서 갔을 수도 있지만 깨어나 보니 집이었다”고 부인했다. 김 전 차관은 이어 “기억에 없다는데 아무도 나를 안 믿는다. 집사람조차 나보고 괜찮으니 그냥 갔다고 하라고 하더라”며 울음을 터뜨려다.

김 전 차관은 최후 변론에서 “공직자로서의 잘못된 처신에 대해 뼈저리게 자책하며 반성 또 반성, 그리고 참회하고 있다”며 “나를 믿고 성원해준 가족들이 없었다면 목숨을 끊었을 것이다. 살아있는 게 신통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바람이 있다면 죽어서 부모님 뵐 낯은 있었으면 한다”고 한 김 전 차관은 “이 공소사실은 사실이 아니다. 희귀성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병약한 아내를 보살피며 조용히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김 전 차관은 2007년~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금품 3000여만원과 1억원의 채무 포기 뇌물을, 2003~2011년 다른 사업가 최모씨로부터는 40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2006년 여름부터 이듬해 12월 사이 강원도 원주 별장 등지에서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성접대를 받은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김 전 차관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 달 22일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