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부산의 한 병원에서 어머니 강한옥(92) 여사의 임종을 지켰다. 문 대통령이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거절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29일 오후 5시쯤 병원에 도착해 병원장 브리핑을 들은 뒤 병원 6층 중환자실에 입원한 강 여사를 만났다. 부인인 김정숙 여사는 5시간여 전인 오전 11시45분쯤 이미 중환자실에 도착했었다. 문 대통령 내외는 병원에서 강 여사의 임종을 지킨 뒤 오후 7시26분에 빈소로 향했다.
검은색 양복과 흰색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하지 않은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문 대통령은 시신 운구를 위한 승합차로 향할 때까지 굳은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검은 옷에 스카프를 두른 김 여사는 문 대통령의 곁을 말없이 지켰다. 문 대통령의 모습을 본 한 여성 지지자는 “대통령님, 힘내세요”라고 외쳤고 문 대통령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강 여사의 시신은 이날 오후 7시40분쯤 수영구 남천성당으로 운구됐다. 운구 차량이 성당 장례식장으로 들어온 뒤 문 대통령 내외가 탄 검은색 차량도 도착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지하 1층 장례식장으로 연결된 통로를 따라 들어가는 동안 운구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장례식장 주변엔 청와대 경호팀이 배치돼 엄격히 통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모친이 별세하더라도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르고 가족과 친지의 조문만 받겠다. 절대 내려오지 마라”고 관계자들에게 말해왔었다. 문 대통령은 평소에도 “우리 가족의 대소사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남천성당엔 대통령 친척으로 추정되는 일부만 성당 출입이 허용됐다. 성당에 저녁 미사를 온 신도들은 얼굴이 확인되는 사람들만 별도의 통로를 통해 출입이 이뤄졌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근조기는 성당 입구에서 경호팀에 의해 돌려보내졌고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여겨진 이호철 전 수석도 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빈소에서 조문하지 못했다.
이 전 수석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인물로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함께 3철로 불리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1시간 30분 가량 성당 안에 머물렀던 이 전 수석은 “빈소를 조문하지 못했다”면서 “빈소엔 가족들만 계신 거로 알고 있는데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대통령을 만났냐는 질문에 “아까 잠시”라며 “침울하게 계시는데 저희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었다”고 했다.
노환으로 몸이 좋지 않았던 강 여사는 그동안 부산에서 문 대통령 여동생 등과 지내오다가 최근 부산 중구에 위치한 한 병원에 입원했었다. 강 여사는 문 대통령이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29일 오후 7시6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다.
현직 대통령의 재임 중 모친상은 처음이다. 장례는 3일간 치러질 예정이며 장례미사는 31일 오전 10시30분 남천성당에서 열린다. 장지는 경남 양산의 부산교구 하늘공원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