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그만둔 입소자에게 바닥에 떨어진 떡볶이 준 시립 복지원

입력 2019-10-30 04:00
국민일보 DB

강원도의 한 시립 노숙인 복지시설이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입소자에게 먹으라고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곳은 시설 내에서 입소자끼리 일어난 성추행 사건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로 보고 조치에 나섰다.

인권위는 지난 3월 진정을 받고 A시립복지원 실태를 조사한 결과 수년간 여러 건의 인권침해 사례를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A복지원에서 지난해 8월 정신장애 1급인 여성 입소자 B씨를 지적장애 3급인 남성 입소자 C씨가 성추행했다. A복지원은 그러나 C씨를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C씨는 퇴원한 뒤 다시 피해자가 있는 시설로 돌아왔다. 현행법은 입소자 간 성범죄 발생 시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인권위는 조사 뒤 C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6월에는 저녁 식사 메뉴인 떡볶이가 운반 과정에서 조리실 바닥에 쏟아진 뒤 입소자들에게 그대로 제공됐다. 조리원은 이를 당직 일지에 기록하지 않았고 뒤늦게 사실을 안 A복지원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에는 A복지원이 외부 음식을 입소자들에게 먹였다가 6명이 장염에 걸려 집단 설사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시설 매뉴얼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신고가 이뤄져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A복지원이 입소자에게 약을 잘못 지급해 병원 신세를 지게 한 사례도 있었다. 입소자 D씨는 2016년 7월 야간 숙직자 E씨에게서 잘못된 약을 받아 복용한 뒤 실변을 하고 의식을 잃었다. 시설 측은 다음 날 오후가 돼서야 D씨를 휠체어에 태운 채 병원에 입원시켰다. 인권위는 이후 D씨가 폐렴이 걸린 데 당시 사고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A복지원 측은 책임자 문책이나 재발 방지 대책 등 사후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이외에도 A복지원이 입소자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때 법대로 본인의 의사확인을 거치지 않았다고 봤다. 조사를 진행한 인권위 관계자는 “최초 진정 뒤 조사과정에서 입원기록을 검토하면서 새로운 사실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노숙인이 개인에 맞는 복지시설에 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인력 기준을 강화하라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해당 지자체장에게는 A복지원을 행정조치하라고 권고했다. 또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입소자 관련 사항을 재검토해 퇴원 조치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입·퇴원이 이뤄지게 하라고 권고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