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국인 유학생이 국내 대학교 익명 게시판에 올린 ‘짱개라는 말은 삼가달라’는 부탁글이 난데없는 반중 감정 싸움을 일으켰다. 홍콩인 유학생이 이 사연에 단 조롱 댓글에 공감이 쏟아지는 등 격화되는 중국과 홍콩 갈등이 댓글을 통해 재연됐다.
자신을 중국 유학생이라고 밝힌 A씨는 경희대학교 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경희대학교 대나무숲’에 28일 최근 중국인 친구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중국인을 비하하는 말인 “짱개”라는 말을 들었다며 이를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띄웠다. A씨는 “(중국인)친구들은 (짱개라는 말을)못 알아듣고 괜히 제가 말하면 싸움 날까 봐 못 들은 척했다”며 “만약 친구들이 알아들었으면 큰 싸움이 날 수도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A씨는 “앞으로 계속 이런 비하 말을 듣기 싫고, 안 올리면 모르실 거 같아서 올린다”며 “‘짱개’라는 말은 매우 기분이 나쁘다. 경희대학교 학생들은 모두 지성인이라 믿는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글을 마쳤다.
A씨의 하소연에는 하루 만에 6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평소 올라오는 글에 수십 개 댓글이 달리는 것에 비하면 폭발적인 반응이다. 특히 자신을 홍콩인 유학생이라고 밝힌 B씨가 남긴 댓글에는 공감을 드러내는 ‘좋아요’ 등이 500개가 넘게 달렸다. “중국인은 짱개가 아니라 개”라며 다소 격앙된 어조로 글을 시작한 B씨는 “남의 나라(홍콩) 와서 돈 많다는 이유로 자기들 하고 싶고 마음대로 하고 준법정신 하나도 없이 자기네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게 개지 사람이냐”고 중국인을 싸잡아 힐난했다.
중국인이 ‘짱개’ 표현을 삼가달라고 한 것은 평범하고 당연한 하소연이다. JTBC 프로그램 ‘비정상회담’ 등에서 이름을 알린 중국인 방송인 장위안도 2014년 출연 방송에서 “그 사람은 그걸(짱개) 쓰는 데 1초 걸렸을 것이지만 난 하루종일 기분이 나빴다”고 불편했던 일을 털어놨다.
그러나 비하 표현을 하지말라는 평범한 사연에 달린 네티즌 반응은 중국과 홍콩 갈등의 축소판처럼 격화됐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해시태그인 ‘FreeHongKong’을 쓰며 중국인 유학생에 적대심을 드러내거나 “자국으로 돌아가라”는 식의 감정적인 댓글이 적지 않았다. “비하 표현을 쓰지 말아 달라는 글에 천안문 사태, 홍콩 시위 지지 댓글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댓글도 있었지만, 조롱과 비하 글에 묻혀버렸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