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의 모 대학의 체육 관련 학과에서 에어팟 착용을 금지하고 단체 운동을 강요하는 등 군대 문화를 강요한다는 후배들의 증언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6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후배로 보이는 체대생이 인사법에 대해 묻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 작성자는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XX학번 ooo입니다. 쉬고 계시는데 전화 드려 죄송합니다. 하나 여쭈어볼 게 있어 연락드렸습니다. 통화 괜찮으십니까?”라는 전화 규칙이 있다면서 “제가 잘못 말한 게 있냐”고 물었다.
이 글을 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군대를 방불케 하는 강압적인 전화 규칙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에 같은 대학 재학생인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저번에 길 가다가 인사하는 거 보고 놀랐다. 무슨 교수님한테 인사하는 줄 알고 봤는데 같은 과잠 입은 선배더라”면서 “불필요하게 군기 잡는 건 창피한 일”이라 썼다. 해당 게시물이 화제가 되자 ‘XX 체대의 군대 문화를 폭로한다’는 글이 연일 쏟아졌다.
후배로 보이는 익명의 글쓴이는 “저희 과 길거리 에어팟 금지”리며 “길에서 에어팟 사용하면 그 학번 전체집합”이라고 증언했다. 이어 “기합 줄 때도 있다. 그럴 땐 무조건 죄송하다고 하고 기합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 역시 선배가 “길거리에서 에어팟 끼면 다 죽어버린다 말 좀”이라고 보낸 카톡을 캡처해 업로드하며 “글쓰면서도 손떨린다. 이 글 삭제되면 경찰에 신고좀”이라며 두려움에 떨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지 못하게 하고, 술자리에 갈 때마다 위치를 보고해야 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익명의 글쓴이는 “왜 술 먹을 때마다 저희가 보고를 해야 하냐.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다른 글쓴이는 “사고 칠까 봐 단체로 어디서 먹을지 보고하는 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왜 사적인 술자리까지 보고하라고 하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런 폭로 글에 대해 자신을 15학번 선배라 밝힌 한 학생은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와전된 것이 많다”며 “후배들이 너무 감정적으로 격앙돼서 와전된 것 같다. 타과 학생들도 악의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기합을 준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기합이 아니라 단체 운동”이라면서 “18학번부터는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을 따야 졸업할 수 있다. 이를 가르쳐주기 위해 부른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경우에 따라 필참이라고 공지하기는 하지만 개인 사정을 말하면 다 봐줬다”고 말했다.
또 에어팟 금지에 대해서는 “학생회에 확인해 봐야 한다”면서도 “기합을 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국민일보에 후배들이 제보하고 있는 상황이냐. 누구라고 묻진 않겠지만 제보 여부만 알려달라”고 묻기도 했다.
반면 다른 학생은 강압적인 문화가 있었냐는 질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폭로 글에 대해 알고 있다”며 “때리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있긴 있었다. 인사라든가 주머니에 손 넣지 말라는 식으로라든가 많이 했다”고 밝혔다. 다만 에어팟 금지에 대해서는 “그런 캡처가 공유된 것도 알고 있다. 재학생들 카톡 공지방이 있는데 거기에 선배들이 그렇게(에어팟을 금지한다는) 올리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내가 겪거나 알고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이홍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