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시간’ ‘꽁초줍기’…단기일자리 늘리기가 비정규직 폭증 이유

입력 2019-10-29 17:43

비정규직이 지난해보다 올해 무려 86만7000명이나 늘어난 것은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단기일자리를 대폭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청년 취업과 30·40대 고용이 불안한 가운데 주로 노인일자리와 청년 단기아르바이트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단기 일자리 사업이 비정규직 숫자를 크게 늘린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하는 각종 지표를 살펴보면 우리 경제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30·40대와 제조업이 계속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노인일자리가 전체 고용률을 높이고 있다. 비정규직인 노인일자리가 전체 고용을 높이는 ‘착시’ 현상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이달 중순 발표한 ‘2019년 1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40대의 일자리는 전년에 비해 2만개 줄었고, 30대는 1만5000개 증가에 그쳤지만 60대 이상은 28만2000개나 늘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정부가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한 보건·사회복지에서 17만3000개나 일자리가 늘었다. 반면 건설업에선 일자리가 5만6000개 줄었다.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에서도 이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취업자 수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만 60세 이상에서 38만 명이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정부 노인 일자리 사업의 주된 신청 대상인 만 65세 이상에서 23만1000명이 늘었다.

설상가상으로 비교적 안정적 일자리인 주당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45만2000명이 줄어든 반면 단기 일자리이자 비정규직인 36시간 미만 취업자 수는 73만7000명이나 급증했다. 특히 ‘초단기 일자리’로 분류되는 주당 1~17시간 취업자 수는 37만1000명 증가했다.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큰 증가 폭이다.

이런 초단기 일자리의 대부분이 노인일자리 사업이다. 노인일자리 사업의 70%가 어린이 놀이터 지킴이, 교통안전 캠페인, 골목길 담배꽁초 줍기, 농촌 비닐 걷이 등을 하는 단순직이다. 9개월 짜리로 하루 2~3시간 일을 하고 평균 월 27만원을 받는다. 이런 일자리는 모두 정부 고용 통계에 포함된다.

정부는 계속해서 이런 단기일자리 사업에 재정을 적극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단기 노인일자리를 올해 61만개에서 내년에 74만개로 늘릴 계획이다. 예산도 82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고용노동부는 29일 “노인일자리는 급격한 고령화 상황에서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보완해 저소득층 소득보조 역할과 함께 다양한 일 경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지속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청년 취업에서도 비정규직인 단기 아르바이트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주 발표한 지역별 고용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에 따르면 올 상반기 15~29세 취업자는 389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385만명)보다 4만8000명 증가했다.

그런데 업종별로 살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숙박·음식점업 고용이 작년 상반기 54만1000명에서 올 상반기 58만1000명으로 늘어났다. 음식·주점업에서도 청년 고용이 4만1000명 증가했다. 반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제조업 부문 청년 취업자는 62만8000명에서 60만6000명으로 오히려 2만2000명 줄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