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벽과 곰팡이 천장… 김정은이 손가락질한 南시설 상태(사진)

입력 2019-10-29 17:21 수정 2019-10-29 17:30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루하기 그지없다”며 철거를 요구했던 금강산 남측 시설의 상태가 공개됐다. 허름한 건물 외관과 곳곳에 곰팡이가 핀 내부 등 지난 10년간 관리되지 않고 방치된 모습이 그대로 포착됐다.

통일부는 29일 현대아산을 통해 받은 금강산관광지구 남측 시설 사진을 공개했다. 해금강호텔, 구룡빌리지, 금강펜션타운, 온정각, 이산가족면회소, 문화회관 등 민간기업과 한국관광공사, 정부가 소유한 건물들의 현재 상태가 담긴 사진들이다.

금강펜션타운의 외벽이 낡아 부서진 모습. 다인관광 소유·운영으로 2003년 12월 개관했으며 펜션 34동(150명 수용), 매점 등 부대시설을 갖췄다. 연합뉴스, 통일부 제공

구룡빌리지. 현대아산 소유·운영으로 2005년 4월 개관했으며 단층 197실(컨테이너 192동)로 이루어져 있다. 연합뉴스, 통일부 제공

금강빌리지. 현대아산 소유·운영으로 1998년 개관했으며 컨테이너 159동으로 구성, 세탁소, 편의시설 등을 갖췄다. 연합뉴스, 통일부 제공

1998년과 2005년 각각 개관한 숙소 금강빌리지와 구룡빌리지는 남루한 형태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실제 사업자인 현대아산은 개관을 서두르고자 컨테이너를 숙소로 개조했었다. 기존시설이 없고 물류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이유였다.

620석 규모 공연장인 문화회관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1999년 2월 개관했는데, 지어질 당시 현대아산은 내구성 있는 자재를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문화회관은 내부 바닥 표면이 벗겨지는 등 일부가 손상된 상태다.

문화회관 내부 모습. 한국관광공사 소유, 현대아산 운영으로 1999년 2월 개관했으며 620석의 공연장이 있다. 연합뉴스, 통일부 제공

외금강 호텔 내부가 낡아 부서져 있는 모습. 외금강 호텔은 북한 소유, 현대아산 운영으로 2006년 8월 리모델링 개관했으며 지하 1층~지상 12층으로 구성, 객실 173실, 연회장, 식·음료 시설, 부대시설 등을 갖췄다. 연합뉴스, 통일부 제공

온정각 동관 내부 천장 모습. 한국관광공사·현대아산 소유, 현대아산 운영으로 2005년 8월 개관했으며 지상 2층으로 구성, 판매시설, 식·음료 시설, 부대시설 등을 갖췄다. 연합뉴스, 통일부 제공

이산가족면회소 내부 모습. 정부 소유, 현대아산 운영으로 2008년 7월 완공됐으며 지하 1층~지상 12층으로 구성, 객실 206실, 연회장 등 부대시설을 갖췄다. 연합뉴스, 통일부 제공

이산가족면회소 외관. 연합뉴스, 통일부 제공

2008년 7월 지하 1층, 지상 12층 형태로 완공된 이산가족면회소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8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방북한 시설점검단은 “전반적으로 개보수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정부가 상설면회소 개소를 위해 개보수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 벽면이 곰팡이로 가득 차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해금강호텔은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한 사진과 같은 모습이다. 바다 위에 떠 있어 강한 바람과 염분에 그대로 노출된 이곳은 곳곳이 녹슬어있다. 판매시설과 식당, 카페, 사진관 등 부대시설로 구성된 온정각 역시 건물 천장에 곰팡이와 흠집이 가득하다.

해금강 호텔로 현대 아산 소유·운영으로 1987년 선박 건조 후 2000년 10월 개관됐으며 지하 2층~지상 7층으로 구성, 객실 160실 식·음료 시설, 부대시설 등을 갖췄다. 연합뉴스, 통일부 제공

해금강 호텔 외부가 낡아 녹이 슬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통일부 제공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금강산을 시찰하며 “(남측이) 금강산에 꾸려 놓은 시설들이 민족성을 찾아볼 수 없는 범벅 식이고 피해지역의 가설막이나 격리병동처럼 들어앉았다”며 “그것마저 관리가 되지 않아 남루하고 너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같은 날 “금강산에 있는 우리 시설들은 이미 10년 정도 경과하는 과정에서 유지·관리를 하지 않아 많이 낡은 것이 사실”이라며 시설의 개보수 필요성을 인정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지시가 내려진 지 이틀 만인 지난 25일 한국 정부와 현대그룹 측에 실무적 문제를 협의하자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내왔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금강산 지구에 국제관광문화지구를 새로 건설할 것”이라며 “합의되는 날짜에 금강산 지구에 들어와 당국과 민간기업이 설치한 시설을 철거해 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