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노트북 찾기’ 나선 검찰…김경록PB-정경심 동시소환

입력 2019-10-29 17:16 수정 2019-10-29 17:19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프라이빗뱅커(PB)로 일하며 동양대와 자택에서의 여러 증거인멸 행위에 동원됐던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이 29일 검찰에 소환됐다. 구속 수감 중인 정 교수도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여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정 교수의 노트북과 또다른 하드디스크의 향방을 물었다. 정 교수의 투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의 대화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정 교수는 이날 오전 9시40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정 교수의 검찰 출석은 지난 24일 구속된 이후 25일과 27일에 이어 3번째다. 김씨는 오전 10시에 검찰에 출석했는데, 정 교수 구속 이후에는 첫 소환이었다. 둘의 대질 조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동안 검찰에 출석하지 않았던 김씨는 검찰이 정 교수를 구속하고 조 전 장관 직접조사 시기를 저울질하는 시점에 소환됐다.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처럼 활동했던 김씨는 검찰의 수사 착수 이후에도 정 교수와 긴밀히 소통했는데, 결국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측의 행적을 가장 잘 진술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정 교수의 증거인멸 행위와 관련된 ‘개인 노트북’ 향방을 재차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씨가 기억하는 정 교수와 조 전 장관 간의 대화 내용을 파악하는 등 조 전 장관의 상황을 재구성하려고도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6일 조 전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 당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도 김씨의 진술을 들어왔다. 김씨는 검찰에 “정 교수로부터 ‘켄싱턴 호텔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올 때 차 뒷좌석에 있는 노트북 가방을 가지고 오라고 해 이를 호텔 2층에서 건네줬다”고 진술했다. 당시 정 교수가 조 전 장관과 통화할 때 휴대전화에 다른 유심칩을 넣어 차명폰 형태로 사용한 사실도 김씨의 진술로 포착돼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본인도 증거인멸 행위와 관련한 피의자 신분이다. 김씨는 앞선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정 교수가 자택 하드디스크 교체 등을 두고 “내가 시킨 것이 아니라 김씨가 알아서 한 것”이라고 떠넘기듯 진술한 내용을 확인했다. 김씨 측은 당시 상황에 대해 “당황한 게 아니라 황당했다”며 “말 같지 않은 소리라서, 검찰에 사실대로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증거인멸을 주도한 이가 김씨라는 정 교수 측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는 취지였다. 정 교수의 구속 사유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

검찰은 정 교수와 김씨의 대질 조사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검찰이 그간 엇갈린 주장을 내놓던 둘을 같은 날에 부른 만큼 대질 조사도 염두에 뒀으리라는 것이 법조계의 관측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양측의 진술이 다를 때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검찰에서 꺼내는 카드가 대질신문”이라고 말했다. 한쪽의 진술을 무력화한다기보다는 서로의 기억 회복을 돕는 차원에서의 대질 조사가 진행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질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재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대질을 여러차례 검토했으나 김 전 차관 측이 강력히 거부하면서 불발됐다. 한 검사장은 “피의자는 진술거부권을 갖기 때문에 한 쪽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검찰이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