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초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후로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홍콩 경찰의 폭력 행위가 취재기자들에게까지 이뤄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런 와중에 중국 관영매체는 “스페인 경찰과 비교하면 홍콩 경찰은 매우 젠틀하다”며 홍콩 경찰을 두둔하고 나섰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전날 홍콩 경찰의 정례 브리핑에 참석한 기자들은 ‘경찰이 언론의 시위 현장 취재를 고의로 방해하고 폭력을 행사한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홍콩기자협회, 사진기자협회, 외신기자협회 등은 성명을 발표하고 “경찰이 시위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마스크를 벗기는 것은 물론 최루 스프레이와 고무탄 등을 쏴 기자들이 다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27일 몽콕 지역의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홍콩 프리 프레스’(Hong Kong Free Press) 소속 메이 제임스 기자는 경찰에 체포돼 7시간 동안 구금됐다. 현장에 있던 경찰이 제임스 기자에게 방독면을 벗을 것을 요구하자 제임스 기자는 경찰이 먼저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경찰은 제임스 기자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한 뒤 연행했다.
같은 날 몽콕 시위 현장에서는 SCMP 기자가 경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최루탄에 맞아 발을 다치기도 했다.
이 같은 경찰의 방해 행위에 맞서 기자들은 경찰 정례 브리핑 때 손전등을 꺼내 경찰 간부들 앞에서 강한 빛을 쏘기도 했다. 시위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방해하려고 경찰이 손전등으로 기자들의 눈이나 카메라를 향해 강한 빛을 쏘는 것을 빗대 비판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홍콩 경찰은 기자들의 항의에도 사과하지 않은 채 “기자들에게 마스크를 벗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가짜 기자를 가려내기 위한 것”이라며 “경찰은 공무 집행 과정에서 기자들의 신원을 확인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한 뒤 정례 브리핑을 중단하고 기자회견장을 나갔다.
나아가 한 경찰 관계자는 “시위대의 파괴와 불법 행위에 맞서기 위해 우리는 더욱 적극적인 방법을 취할 것”이라며 “지하철역이나 길거리 등에서 마스크를 쓰거나 검은 옷을 입은 시민을 검문하는 ‘조기 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홍콩 경찰은 지난 5일부터 시행된 복면금지법 이후 시위대 진압 작전을 더욱 강도 높게 벌이고 있다. 지난주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는 206명에 달하며, 지난 6월 초 시위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체포된 시위대는 2900명에 육박한다.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해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홍콩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지만 중국 관영매체는 홍콩 경찰을 두둔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이날 논평에서 “스페인과 영국, 칠레와 볼리비아에서 많은 시위대가 경찰에 의해 거리에서 진압을 당하고 있다”며 “홍콩 경찰은 지난 몇 주간 심각한 위협을 겪었음에도 시위대에 매우 신중하고 절제된 대응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홍콩 시위 현장에서 취재진에 대해 이뤄진 홍콩 경찰의 대응이 일반적인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페인의 한 시위 참가자는 경찰차에 화염병을 던진 뒤 현장에 있던 취재진 사이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스페인 경찰은 취재진을 의식하지 않고 최루 가스를 뿌렸고, 취재진은 현장을 떠나야 했다”며 “(반면) 홍콩 시위 현장의 취재진은 항상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서서 가끔 경찰을 방해한다. 스페인 시위 현장에서는 이럴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고 홍콩 경찰이 ‘젠틀’함을 강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홍콩 경찰관은 글로벌 타임스 인터뷰에서 “스페인 경찰이 카탈루냐 시위대를 대하는 것과 비교하면 홍콩 경찰은 매우 젠틀하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