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용기 1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해 한국 공군 전투기가 긴급 출격했다. 이 군용기는 KADIZ에서 77분간 머무르며 비행했다. 다만 중국은 이례적으로 KADIZ 진입 직전 한국 측에 비행경로를 통보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Y-9 계열 정찰기로 추정되는 중국 군용기 1대가 29일 오전 8시57분쯤 서해 제주도 서쪽에서 KADIZ로 진입했다가 오전 9시31분쯤 이어도 동쪽으로 빠져 나갔다. 이어 이 군용기는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을 비행하다가 낮 12시25분쯤 KADIZ에 재진입해 오후 1시8분쯤 KADIZ를 최종 이탈했다.
군은 제주도 서쪽에서 이 군용기가 접근하는 것을 확인한 후 KF-16 등 여러 대의 공군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중국 측은 한·중 군 당국 간 직통망을 통해 한국 측에 비행경로와 목적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KADIZ 진입 전 한국 측에 비행정보를 알린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중국은 올해에만 20차례 이상 KADIZ에 진입했지만 한국군에 비행경로를 사전통보한 적은 없었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 침범과 우발 충돌을 막기 위해 각국이 임의로 설정해놓은 것이다. 이 구역에 진입하려는 외국 군용기는 관례적으로 사전통보를 하고 있지만, 중국은 정례훈련 하듯 KADIZ 무단진입을 반복해 왔다. 군 관계자는 “중국 측의 사전통보는 올해 들어 처음”이라며 “전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 일각에선 최근 한·중 양국 국방당국 간 대화가 5년 만에 재개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지난 21일 샤오위안밍 중국 연합참모부 부참모장(중장)과 제5차 한·중 국방전략대화를 열었다. 이 대화에서 한·중 양측은 해·공군 간 직통전화 추가 설치를 논의하는 등 국방교류협력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한·중 국방당국 간 대화는 주한미군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중단됐었다.
다만 군 소식통은 “중국이 앞으로도 KADIZ 진입에 앞서 우리 군 요청에 응답할지는 불분명하다”며 “KADIZ에 대한 중국의 태도 변화가 이뤄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에 중국 측이 KADIZ 진입을 통보한 것은 ‘자발적인 통보’가 아니라 한국 군 당국의 확인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앞서 중국은 지난 7월 23일 러시아와 함께 ‘연합 공중전략 순항훈련’을 실시하며 KADIZ에 무단진입한 바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