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0명 골프접대’ 의혹 이호진 전 태광 회장, 검찰 수사 착수

입력 2019-10-29 16:15

검찰이 전현직 정관계 고위 인사 4300명에게 골프 접대를 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 전 회장의 사건은 통상의 고발 사건과 달리 형사부가 아닌 인지수사 부서에 배당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금융정의연대와 태광그룹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가 이 전 회장을 뇌물공여, 업무상 배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승모)에 배당했다. 금융정의연대 등은 이 전 회장과 김모 실장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정관계 인사 4300명에게 골프 접대를 한 의혹이 있다며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금융정의연대 측은 검찰이 신속한 압수수색으로 골프 접대 리스트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접대를 받은 고위 인사들 틈에는 이해충돌 문제에 얽히는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금융감독원 인사들도 포함돼 있다는 주장이었다. 금융정의연대 측은 “‘모피아’라 불리는 전직 경제 관료들이 태광 등 재벌 대기업의 배후에서 부당행위를 묵인해준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이 전 회장은 회사 공금 500억원가량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2011년 1월 구속기소됐지만 2심 진행 중 간암 치료 등을 이유로 보석을 허가받았다. 총 7년 8개월의 재판 기간 중 63일만 수감돼 ‘황제보석’ 논란이 일었다. 건강 문제가 있다는 이 전 회장은 음주·흡연을 즐기는 모습, 법원의 보석 조건을 어기고 서울 시내 음식점을 다니는 모습이 포착됐다.

시민단체들의 보석취소 요구가 빗발치자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다시 구속수감됐다. 이 전 회장은 8년간 7차례의 재판을 받은 끝에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법조계는 고위 공직자와 대기업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이번 고발 사건이 반부패수사 부서인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 고발 사건이 형사부에 배당되던 것과 다르다는 시각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혀 왔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